붕붕자동차로 유명한 ‘천막도 태산시’는
올해도 때 아닌 파업으로 여간 어수선한 것이 아니었다.
군데군데 나붙은 플랜카드며, 상인들의 한숨이며, 좋지 않은 여론까지
매년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올해는 유독 그 정도가 심해
태산시 전체가 벌겋게 달아오른 듯 했다.
왠만해서는 태산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던
붕붕그룹의 ‘대방큰 회장’도 요즘 심기가 여만 불편한 것이 아니어서
붕붕자동차의 ‘조마큰 사장’과 함께 생산공장으로 향했다.
‘못난 사람들 붕붕자동차는 개인이 아닌 나라의 것임을
어찌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저토록 몹쓸 짓을 한단 말인가.‘
대방큰 회장은 자신이 애써 가꾼 회사라서가 아니라
진정 붕붕자동차 만은 국민들의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한편이
미어져 온다.
“사내대장부라면 자신을 다듬고 자신의 가정을 먼저 살핀 후
큰일을 도모하는 것이 순서이거늘
너는 어찌 붕붕자동차의 기본인
노사관계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세계로 나가 싸우려고 하느냐?“
대방큰 회장이 조마큰 사장에게 호통을 쳤다.
“워낙 강성노조라... 얼굴이 10개라도 면목이 없습니다.”
매년 벌어지는 파업사태와 원만치 못한 노사관계에
조마큰 사장의 마음도 대방큰 회장 못지않게 힘들고 피곤했다.
그렇게 차가 제4생산 공장을 지날 즈음
갑자기 대방큰 회장이 말했다.
“여보게 여기 차를 좀 세워보게.”
차가 멈추자 대방큰 회장이 차에서 내려 제4생산 공장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장님 곧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여기는 뭣 하러 내리십니까?
서둘러도 시간이 빠듯합니다.“
긴급회의 시간이 다되어 갈 즈음이라 조마큰 사장이 다급하게 물었다.
조마큰 사장의 물음에도 대방큰 회장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제4생산 공장안으로 계속 걸어갔다.
제4생산 공장안은 파업으로 텅 비어있었고
기계는 멈춰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저 안쪽에서 한 사람이 걸레로 무언가를
열심히 닦고 있는 것이 보였다.
대방큰 회장이 그 사람에게로 가서 물었다.
“아니 파업으로 기계도 돌아가지 않는데 당신은 여기서 무얼 하는 것이오?”
“저.. 저는.. 여.. 여기서.. 일.. 일하는.. 사.. 사.. 사람으로
파.. 파업이.. 끝... 끝나기를... 기... 기다리며...
저.. 저의.. 기... 기... 기계를... 닦.. 닦...고.. 있...습니다.“
말끔한 겉모습과는 달리 말을 더듬거리던 중년의 그 남자가 말했습니다.
“혹시 공장 밖을 쓸고 정리한 것도 당신이 한일이오?”
대방큰 회장이 더듬거리며 말하는 그에게 물었다.
“..예.. 아... 아침에... 출... 출근했..지만... 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공... 공장앞을...쓸고...
물을... 뿌..뿌렸습니다..“
여전히 그 사람은 말을 더듬거리며 말했습니다.
“그럼 아침부터 출근해 공장 앞을 쓸고 이 공장안도 쓸고
정리하고 지금 기계를 닦고 있다는 말이오?“
대방큰 회장이 의아해 하며 물었습니다.
“제.. 제가.. 할.. 할.. 수 있는... 일... 일은.. 이것 밖에... 없어...
저.. 저는... 제.. 제가.. 할.. 할.. 수 있는.. 일.. 일을.. 하고..
있... 있을... 뿐.. 뿐입니다.“
그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그때 입구 쪽에서 한 여자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와 함께
그곳으로 걸어왔습니다.
“..여...여..보....”
그들을 보며 남자가 말했습니다.
“아직 일이 안 끝났나 보네요.
죄송해요. 퇴근시간이 다 되서 찾아왔는데 밖에서 기다릴께요.“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얼굴이 빨개지며 인사를 했다.
“아 아닙니다. 여기 같이 계시지요.”
돌아서 가려는 여자와 아이를 대방큰 회장이 불러 세웠다.
“와이프 되시나 보군요. 그런데 오늘은 출근하지 않아도 될 텐데
남편 분은 왜 출근을 했나요?“
대방큰 회장이 이번에는 부인에게 물었다.
“아 안 그래도 제 남편은 하청업체 직원이라..
저도 오늘 아이와 일이 있어 하루 쉬고
같이 일을 보자고 했는데
한사코 그래도 출근을 한다고 해서..
사실 제가
당신이 15년 넘게 열심히 일해도 더 해주는 것도 없는 회사고
출근을 해도 월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언제 짤릴지도 모르는데
뭐하러 가냐고
아침부터 바가지를 많이 긁었답니다.
생각해보니 너무 미안해서 저녁에 공원에 가서
밥이라도 같이 먹을까하고 이렇게 도시락을 싸오는 길입니다.“
여자가 얼굴을 다시 붉히며 말했습니다.
“아빠 나도 같이 도시락 만들었어. 같이 가요.”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엄마의 말을 거들었다.
“...남.. 남들...뭐.. 뭐라 해.. 해도.. 제... 일... 일이라...”
남자가 머리를 긁으며 이야기 했다.
순간 대방큰 회장은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손을 덥썩 잡으며 말했다.
“진정 당신이야 말로 우리 붕붕자동차의 주인이십니다.”
“...그...그냥...저...저는...이...이...일자리가...있는...것만도..감..감사해서”
사내가 당황해 하며 말했다.
“여보게 조마큰 사장.
당장 이 사람을 붕붕자동차의 정식 사원으로 채용하도록 하게.”
“그리고 조마큰 사장.
깊이 세겨 듣도록 하게.
세상에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무수히 많다네.
하지만 그런 간단한 일이라고 해서 누구나 최선을 다하고
감사해 하며 그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
진정 중요한 것은 그 일이 어떤 것이건 자신의 일을 아끼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네.
그리고 그 최선을 끝가지 유지시키는 끈기와 성실함이야 말로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최고의 기술이라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그는 붕붕자동차의 정식사원이 되었고
사측대표로 노사협상에도 임하게 되었다.
그는 노측과 사측 모두에게 자신의 진심은 담은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최선을 다해 붕붕자동차와 자신들의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설득했다.
훗날 그의 마음이 통했는지
붕붕자동차는 노사대타협을 이루게 되고
서로가 양보하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