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예측의 심리학
집값이 오를까요? 내릴까요? 어떨 것 같아요? 라고 누군가가 내게 물어보면
나는 먼저 질문자가 유주택자인지 무주택자인지 먼저 눈치를 살피게 된다.
이런 대답은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대답해봐야 본전이다. 대답 잘못했다간 아주 인간관계 파탄내기 십상이다.
경험상 무주택자에게 집값이 오를 것 같다고 말하거나 유주택자에게 집값 내릴 것 같다고 말하려면 아주 완곡하게 빙빙 돌려서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순진하게도 너무 솔직하게 직선적으로 말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무주택자에게 집값 오른다고 잘못 주장했다간 사회공동선은 무시하고 개인의 치부에만 혈안이 된 '공공의 적' 투기꾼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
또 유주택자에게 집값이 내릴 것 같다고 잘못 주장하면 세상물정 모르는 냉소주의자의 가망없는 바람이나 신세한탄으로 조롱받을 위험이 있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도 과거 머니투데이에 집값 오른다고 쓴 기고문에는 항상 정의의 사도들이 나타나 필자의 결여된 사회공동체의식과 논리적 결함을 준엄하게 지적하고 경고한 리플을 남겨주었다.
반대로 집값 내린다고 말해서 혼난 경우도 있다.
연초에 미국 LA에 집을 가진 동창에게 이제 미국 집값 빠질 것 같다고 말했더니 친구 녀석 표정이 일그러지고 화를 내면서 얼토당토안하는 소리 말라고 미국 LA 집값이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장광설을 늘어 놓으며 훈계했다.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와 다르게 집값을 전망하는 것에 대해 이토록 화를 낼까?
자신이 배를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이 사과를 좋아 한다고 해서 화를 내진 않는다.
그런데 집값 전망에 대해서만은 차이를 가볍게 받아들이지 못할까?
거기에는 숨겨진 2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 인간은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믿음을 갖기 쉽다.
인간은 불안하고 두려움을 가지면 생존하기 힘들다. 반대로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면 생존하기 쉽다.
즉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서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주는 믿음을 믿기 쉽다.
일부 학자는 종교가 바로 그 예라고 주장한다)
무주택자에게는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계위협과 주거불안감을 해소해준다.
무주택자에게 집값이 오른다고 주장하는 이는 생계와 주거안정을 해치는 즉 생존을 위협하는 적이 되는 셈이다.
반대로 유주택자에게는 집값이 오른다는 믿음이 자신의 식량(재산을 늘려주기에 덜 불안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어준다. 유주택자에게 집값이 하락한다고 주장하는 이는 생존을 위협하는 선동자처럼 보이기 쉽다.
결국 인간에게 있어 자신의 처지와 다른 집값 전망은 자신의 생존과 안정성을 해치는 불온한 생각이기에 곱게 봐 줄수가 없다.
둘째, 인간의 두뇌는 '선택적 인지'를 한다.
세상은 흑과 백으로 나뉜다기 보다는 오히려 회색에 가깝다.
즉 세상에는 언제나 수많은 집값 오를 요인과 또 반대의 집값이 내릴 요인들이 병존하는 회색지대이다.
그런데 인간의 두뇌는 단순한 걸 좋아하고 일관성을 추구한다.
즉 두뇌는회색인 세상을 흑이나 백으로 보길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값 하락론 자들은 세상의 집값 하락요인만 머릿속에 속속 들어와 자리 잡기 쉽다.
반대로 집값 상승론자들은 온갖 상승요인을 다 끌어 모아서 자신의 집값상승 믿음을 강화시킨다.
상승론자나 하락론자나 둘 다 자신의 믿음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인간 두뇌의 선택적 인지라는 결함에 따라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할 수많은 증거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과 집값 전망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없게 된다.
이러한 인간의 본능과 결함 있는 인식체계를 이해한다면
우리자신의 집값 전망에 대한 믿음을 좀더 다른 시각에서 점검해 볼 수 있다.
필자 역시도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 내 맘에 드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려는 "선택적 인지"라는 뇌구조의 결함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남에게 가르쳐주기 싫은 주식투자법>의 저자 브라운스톤의 머니투데이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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