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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돈 없이도 행복할 수 있나요?

Time(천둥새) 2011. 10. 15. 17:30

 오랜만에 농사 얘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누가 뭐라해도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 되는 일이라서 농사를 잘 모르는 여러분들에게도 무관하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전통농사법대로 건강한 먹거리를 지어보겠다고 세속을 떠나온 지가 벌써 1년이 되었군요. 워낙 기본기 없이 시작한 농사라서 아직도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만, 작년에 해본 것들은 손에 익어서 남에게 묻는 빈도가 훨씬 줄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처음엔 너무 멍청해서 어르신들로부터 공연한 간섭과 질타를 밥 먹듯 얻어먹던 생각을 하면 이제 많이 컸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분들의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도 무슨 일을 할지 몰라서 풀농사만 짓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지금 밭에는 양파와 마늘이 한창 자라고 있고, 매실, 앵두, 딸기, 자두, , 딸기도 꽃을 피웠습니다. 지난 3월에는 감자를 심었고, 이번 4월에는 열무, 시금치, 둥글레, 부추, 대파, 아욱, 멧돌호박, 생강, 옥수수, 얼갈이배추와 알타리, 양배추, 양상추, 토마토 등을 심었으며, 브로콜리와 고추, 오이의 모종을 기르고 있답니다. 또한 5월의 작물 파종을 위한 밭 만들기에 진한 육수를 흘리고 있고, 올해 벼농사를 위한 볍씨 염수선(소금물로 쭉정이 골라내는 일)과 소독을 해서 모를 키우려 합니다. 이 모든 것이 판매용이 아니라 100% 자급용입니다. 어떤 것은 꽤 많이 남겠지만 땅에 도로 돌려주기도 하거나 주변 고마운 분들께 나누어 주기도하지요. 간혹 친인척이나 지인들이 자기도 맛보게 해달라고는 합니다만 직접 와서 농사의 고단함을 체험했거나, 궁핍한 분에게만 드린다는 원칙 때문에 서운해 하는 사람도 꽤 많았지요.

 이렇게 자급용으로만 농사를 지으면 먹는 것 외에 입고 자고 생활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합니다. 물론 먹는 것 외의 삶을 위한 돈이 필요합니다. 도시에서 살다가 이곳에 오면서 조금 남은 돈도 있고, 농사 외의 임시적인 작은 일로 당분간은 걱정이 없습니다. 혹자들은 아무리 검소하게 살더라도 몇 년 후에는 어쩌냐고 하는데,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면서 몇 년 후를 걱정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수십 년 후의 노후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대출도 못 갚는 형편에 수십 만원씩의 보험료 내고 연금을 넣는 짓은 미련함의 극치이죠.

저는 매일 아침에 눈뜨면 아~ 오늘도 편히 잘 잤고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구나라는 기쁨만으로도 모든 것의 보상이 됩니다. 여러분은 아직 이런 마음이 이해가 안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하고,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라는 것을 깨달으면 이해가 되겠지만요. 어느 책에서나 보았음직한 말이라서 머리로만 알 뿐 별로 체감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도시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러분들은 무엇 때문에 살아갑니까? ? 지위? 학벌? 권력? 인기? 명예?...... 이런 것들은 왜 필요하지요? 결국은 행복한 삶에 필요하므로, 누구에게도 아쉬울 것이 없이 살고자 하는 자유를 위해서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돈이니 권력 따위 말고도 행복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어렵게 그런 수단들을 추구하지 말고 다른 수단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돈과 권력 등 그런 세속적인 수단들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하는 것이라서 어느 순간에는 만족하지만 또 다음의 욕심이 생겨서 피곤한 삶을 반복해야 하지 않습니까? 세속의 물욕에 찌든 눈으로는 다른 수단을 찾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누구도 한 순간의 생각을 돌이켜보면 쉽게 보이기도 합니다.

인생을 좀 당당하게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돈에 집착하는 사람은 자기보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 비굴해지고, 적은 사람에게는 교만해집니다. 인기나 명예에 집착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자기보다 인기 높은 사람에게 비굴하고, 낮은 사람에게는 교만하지요. 왜 이건희가 부럽고, 고위직의 권력을 탐냅니까? 이건희가 저보다 자유롭고 행복할까요? 천만에요. 저는 그들이 불쌍합니다. 만약 여기 찾아오면 따뜻한 현미밥에 신선한 채소를 먹여주고 하루라도 편안하게 쉬게 해주고 싶습니다.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이 행복의 유무를 좌우하지 않습니다. 남의 시선이나 평가도 저를 어떻게 하지 못해요. 저는 세상의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바라는 바가 없고, 집착하는 바도 없습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내가 행복해야 아내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내가 자유로우면 어떤 것들이 나를 흔들어도 그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누가 예쁘다고 하건 밉다고 해도 들판의 꽃은 때 되면 자기가 알아서 피고 집니다. 우린 들꽃보다 못한 속박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니 가장 고귀한 존재니 하는 것은 누가 그렇게 가치를 부여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스스로를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기 몸을 식스팩으로 단련하고 예쁘게 화장해서 고귀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깨달음을 통해서 자신이 가장 존귀함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자신이 존귀함을 알게 되면 남도 그만큼 귀한 존재임을 알게 되고, 인간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들이 생명 있음 심지어 돌과 물과 바람 까지도- 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생명들까지도 동등한 생명으로서 아우르지 못하면 결국엔 인간들마저도 한낱 상품이 되고 맙니다. 요즘에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기쁨을 사명으로 여기는 의사가 어디 흔합니까? 환자는 그저 자기의 부와 명예를 위한 수단이지요. 자칭 재무전문가라지만 정작 돈 때문에 어려움에 겪는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재정컨설턴트가 있기나 합니까? 순진한 고객은 어떻게든 유인해서 그저 자기 계약수당을 챙기기 위한 봉일 뿐입니다. 너와 내가 따로 없이 모두가 함께 살수 있어야 나의 존귀함이 지켜질 수 있음도 알게 됩니다.

이곳 텐인텐은 제가 7년넘게 인연을 맺어온 곳이라, 그 인연으로 여러분들께 이런 말을 전하게 되는데요, 특히나 이 곳의 성격상 돈에 집착을 하는 분들이 많기에 더욱 제가 느끼는 자유와 행복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돈이나 세속적인 욕구가 클수록 제 말이 거슬리겠지만, 1명이라도 제 마음이 전해질 수 있다면야 수만 명에게 욕을 먹는다 한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사실 욕을 많이 하면 할수록 제게는 좋은 일입니다. 옛말에 좋은 일 하고도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지요? ^^ 오래 살 욕심은 없습니다만, 이제는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은 수준은 되었으니까요.

  오늘 어떤 분이 e메일로 저처럼 살고 싶은데 도움을 달라고 하더군요. 이 분뿐만 아니라 제가 지난 연말부터 재테크 상담글을 보고서 이런 비슷한 메일을 보내는 분이 많은데, 저처럼 살고 싶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세속의 직장, 아이들에 대한 욕심, , 좋은 집, 지위이 모든 것들을 미련 없이 버릴 수 있겠어요? 혹시라도 이런 것들이 없어지더라도 앞으로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겠어요? 아직도 이런 것들을 움켜쥐고 있다면, 어떻게 이런 외진 곳에서 경운기 하나 없이 쇠스랑과 삽만으로 땅을 파고 돌을 골라내고 밭을 일구며 살겠습니까? 이렇게는 연 소득이 500만원도 안됩니다.

 다시 농사 얘기로 돌아오자면, 농사를 짓는데 수확한 농작물을 돈으로 환산하는 순간 그는 다시 돈의 노예가 됩니다. 물론 생활을 위해서는 많이 지어서 팔기도 해야 할 것입니다만, 제 방식으로 농사지으면 모양도 볼품없고, 수확량은 약치고 화학비료치고 비닐 덮어서 키운 것보다 반도 안됩니다. 이런 것들을 제값 주고 팔기는 힘듭니다. 생명력이 있는 이런 것들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이런 것만 찾아 먹기도 합니다만, 저는 제가 키운 것을 팔라고 하면 시중가의 3배를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다들 포기하지요. 저도 그 이하로는 팔고 싶지도 않습니다.

 

 아내와 저는 이곳에 내려오면서부터 지금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논란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지라 소나 돼지는 몰라도 닭은 키워서 달걀과 닭똥 거름을 얻자는데 합의는 했습니다만, 닭이 2~3년 후 더 이상 달걀을 낳지 못하게 될 때는 어찌하면 좋을지 입니다. 저는 한사코 키우던 정든 녀석들을 잡아먹지는 말고 산에 방생하자고 했습니다. 당연히 아내는 이 부분에 대한 반대가 크지요. 그 동안 키워줬으니 다른 집처럼 잡아먹자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옆집에서도 알게 되는 바람에 온 동네로 퍼져서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만, 모든 생명의 가치를 동등하게 보는 입장에서는 달걀을 얻어 먹게 해주는 것도 고맙고 미안한데, 알 못 낳는다고 해서 잡아죽이자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가 없더군요. 요즘 육식을 금하자는 제안도 이와 같은 맥락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결국 이 문제는 미해결로서 가끔 달걀을 살 때마다 아내로부터 구박을 받습니다.

 농사를 직접 지어보니 우리 농촌도 그렇고, 다른 나라들 대부분도 이래서는 머지않아 큰 위기가 오겠다 싶습니다. 외국기업에 종속되어 가고 있는 종자(씨앗)문제도 그렇고, 너무 농기계와 비닐에 의존한 농사가 되어서 석유값에 연동할 수 밖에 없는 농산물가격, 기후변화로 갈수록 작물의 단위면적당 생산량도 떨어지고, 화학비료와 농약에 찌든 토질도 제가 보기엔 숨이 넘어가기 직전입니다. 그나마 경작하는 농부들도 노령화가 심해져서 10년만 지나도 농사지을 사람이 1/3 이하로 줄어들 테지요. 4대강공사니 골프장개발, 택지개발 등 각종 개발로 인해 경작지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고 더 많이 먹고 더 좋은 것만 먹겠다는 입은 꾸준히 늡니다.

지금 여러분은 자가용이나 휴대폰 같은 기계들만 소중한 줄만 알았지, 마치 냄비 속에 들어앉은 개구리처럼 최소한의 먹거리의 문제로 점점 죽어가게 될 운명임을 모릅니다. 시기적으로 당장은 아니겠지만 너무 안이하게만 생각하면 결국 가장먼저 돈이 없는 사람부터 피해자가 되겠지요. 그러니까 돈을 많이 벌어놓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런 문제는 개인의 돈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생존문제입니다. 80%가 없는 상위20%는 있을 수 없습니다. 상위 20%만 바라보지 말고, 전체 100%속의 자신을 바라보고서 대처해야 할 때입니다. 사랑하는 미래를 살아가야 할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딱 감이 오지 않습니까?

출처 : 텐인텐[10년 10억 만들기]
글쓴이 : peterpa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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