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가을걷이하느라 한동안 여유가 없었네요.
이번에도 귀농시리즈의 한가지로 여러분들께 작은 자극이 될까 싶은 글을 소개합니다. 포탈의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도 꽤 자주 소개되어 진부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는 자급자족형 생산자이자 반년 전까지는 왕성한 소비자로서의 관점이니만큼 더 중도적인 관점이라고 믿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필자가 농사를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약속한 5가지가 있습니다.
1. 흙이 싫어하는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다.
2. 뭇 생명을 해치는 살균살충제를 쓰지 않는다.
3. 땅이 숨쉬지 못하게 하는 비닐 멀칭을 하지 않는다.
4. 땅속의 억만 생명을 살해하는 제초제를 쓰지 않는다.
5. 無경운 농법을 지향한다.
머지않아 농사경험이 늘고 여건이 되면 여섯 번째 약속도 추가할 것인데, 외부에서 들여온 자재들은 배제하고 내 몸(똥,오줌)에서 나온 것과 우리 논밭에서 나온 것들만 활용한 거름, 방충방제효소 등을 자가 제조하여 쓸 것입니다. 이런 농법을 ‘유기생명농법’이라고도 합디다.
이 약속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생, 자연순환의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이지도 않는 벌레 한 마리라도 모두 우리 인간들과 동등한 가치의 생명이기에 남을 죽여서 내가 살아야 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젠 흔히 볼 수 있는 갖가지 친환경농산물도 아직은 널널한 우리나라의 인증기준에서나 친환경범주이지 위 다섯 가지를 모두 통과할만한 것은 추정컨대 1%나 될까요? 마트 친환경코너에 가장 많이 비중을 차지하는 무농약도 2,4번에만 해당될 뿐 나머지는 모두 허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위 5가지 중에서 한가지라도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어려운 정도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재배가 가능합니다. 한 예로 어지간한 유기농 재배농가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비닐멀칭만 하더라도 이것을 하지 않으면 작물주변의 풀 때문에 양분수탈이 생기고, 강우로 인한 토양유실, 가뭄시의 지표면 수분부족 등으로 수확량이 뚝 떨어집니다. 뙤약볕에서 멀칭하지 않은 대가로 김매기를 해야 하는 수고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고생스럽지요. 게다가 석유화학제품인 폐비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기와 토양오염이 심각합니다. 농작물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많이 생산하여 생계를 꾸려야 하는 농부 입장에서는 비닐의 사용이 이해 못할 일도 아닙니다.
필자도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있기 전에 숱하게 몸뚱이에 지어놓은 악업(惡業)이 있었기에 이를 모두 씻어내려면 한동안은 청정한 육신이라고는 할 수가 없어서 암보험에 가입되어 있습니다만, 앞으로 우리들은 무분별한 식습관과 눈에는 보이지 않는 환경적 위해요소들로 인하여 암을 비롯한 각종 난치병은 꾸준히 증가할 것입니다. 암세포가 쾌적하게(?) 살만하게끔 우리의 몸을 잘 가꾸어 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눈뜨지 못한 인간들은 대단히 어리석어서 우리 몸이 좋아할 음식을 찾기보다는 눈,코,혀가 좋아할 것들을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급식당에 가보면, 음식에 별 짓을 다해서 화려하게 만들어놓고는 재료비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음식값을 요구합니다. 제가 보았을 때는 재료의 원산지도 의심스럽고, 환경호르몬을 유발시키는 플라스틱그릇에 담긴, 농약으로 키운 양념에, 뇌신경과 장기를 파괴시키는 색소와 화학조미료에 범벅이 된 ‘쓰레기 음식’인데도 말입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생활비를 버느라 매일 스트레스 받아서 지쳐버린 몸을 위해서는 먹거리라도 몸에 이로운 것을 섭취해야 그나마 건강이 유지될까 말까 할 것을, 혀에만 좋을 뿐이지 당최 몸에는 독극물에 가까운 것을 마구 집어넣고 있으니 우리 몸이 견뎌내겠어요? 그러면서도 아이들의 아토피와 가족의 각종 질환으로 고비용을 지불하고, 그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돈벌이에 집착하고… 이렇든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서 살고 있는 모습이 짠합니다.
어차피 백날 글자로 떠들어봤자 여러분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안 합니다. 다만 먹는 것이라도 제대로 된 것을 먹으면 죽어갈 몸이 살아나고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생각을 하시라는 의미에서 몇 가지 당부만 드리는 것입니다. 저야 의사도 아니고 식품영양학자도 아니므로 학문적으로 검증된 이론을 제시하면서 품위있게 알려드리진 못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단지 돈으로 보이는 의사나 지식인들보다는 세상에 보탬이 될만하다고 자신합니다.
1. 가급적 우유나 고기, 생선, 계란의 섭취를 줄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몸뚱이가 누군가에게 잡혀서 구어지고 삶아지고 회로 떠져서 누군가에게 잘근잘근 씹혀 먹힌다고 상상해보세요. 동물들이 비록 speaking능력은 없다지만 생각도 감정도 없는 줄 아십니까? 도살되기 직전의 공포심과 원한을 고스란히 몸뚱이에 간직할 것인데, 과연 나를 맛있게 씹는 인간에게 도움을 줄까요? 내가 낳은 자식(계란), 내 자식에게 먹일 젖(우유)를 누가 빼앗아 버린다면? 소와 인간의 입장을 서로 바꾸어 생각해보면 답은 아주 쉬워집니다. 인간 중심의 영양학적 기준에서는 고기, 우유 등이 필요할지는 몰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치유력(생명력)의 관점에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습니다. 정히 먹어야 한다면, 그 먹었던 힘으로 세상을 위해 좋은 곳에 사용하십시오. 그러면 조금은 살육의 업을 벗을 수 있다고 합디다.
2. 농작물을 고르실 때는 통신비, 교통비, 문화생활비, 품위유지비 따위는 조금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일반작물보다는 저농약을, 저농약보다는 무농약을, 무농약보다는 유기농을, 유기농보다는 위 5가지 기준에 부합한 것을 찾아 드시길 바랍니다. 언급한 바와 같이 크고 때깔 좋은 것만 찾는 소비자들 때문에 농부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그 기준에 맞춘 농사법을 채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약이 필요하고 다수확을 위해서는 제초제와 화학비료, 비닐멀칭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는 유전자조작(GMO) 농산물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이 자기가 쏜 화살에 얻어맞는 꼴이지요.
3. 아직은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것은 쌀입니다. 그러나 그 쌀 또한 본래 영양가의 95%는 버리고 나머지 5%의 영양분만 먹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삘이 오시죠? 바로 현미가 아닌 백미를 먹기 때문입니다. 현미에서 쌀눈과 미강을 도정해 버린 나머지 부분(백미)은 거의 녹말일 뿐입니다. 입맛에 다소 껄끄럽다고 해서, 밥 지을 때 다소 번거롭다고 해서 백미만 찾고 있습니다. 현미를 드실 것이라면 역시 유기농 현미를 고르시길 바랍니다. 한 가마당 10만원정도만 더 부담하면 됩니다. 쌀 한 가마가 100만원쯤 되어도 별로 비싼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바 있었습니다. 과일의 경우도 유기농이면 쓱쓱 옷소매로 문지르기만 해도 안심하고 생명력 있는 껍질까지도 섭취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4. 우리가 먹는 음식을 담는 그릇에 대하여도 이젠 잔뜩 긴장하셔야 합니다. 특히 석유화학제품인 플라스틱류는 뜨거운 것과 결합하면 각종 발암성분이 충만한 환경호르몬이 다량 분출된다고 합니다. 아직도 정신 없는 어떤 엄마들은 플라스틱 젖병을 끓는 물에 삶고, 그 병에 다시 따끈한 분유를 조제(?)하여 먹입니다. 이런 짓은 ‘아가야~ 이거 먹고 어서 암에 걸리든지 아토피에 걸려서 고생만 실컷 하다 죽거라~’ 하면서 푸닥거리를 하는 셈이지요. 비유가 대단히 적절하지 않은가요? ^^;;
5. 끝으로 농작물의 생명력(자기치유력)에 대해서 눈을 떴으면 합니다. 깍두기, 동치미의 주재료인 무를 예로 들자면 며칠 전 영하 6도까지 떨어지는 한파에 이곳 노지의 김장무는 수확직전에 거의 얼어버려서 낭패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거름도 적게 주고 약 안치고 방치하다시피 한 자연재배 무는 작고 못생겼지만 훌륭하게 버텨주더군요. 병충해 피해도 몇몇 빼고는 다 이겨냅니다. 이런 무는 뿌리도 아주 길지요. 양분과 수분을 섭취하기 위해 몸통길이보다 깊은 땅속까지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이렇게 키운 무를 먹으면 어지간한 감기나 기관지염에 다 효험이 있었는데, 요즘 무는 그런 약발이 없습니다. 자연이 키운 산삼과 인간이 간섭한 인삼의 차이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처럼 우리 소비자들의 인식도 점점 변해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땅에서 난 것들을 구입할 때는 유형의 필요한 음식물을 적당한 돈을 주고 사면된다는 사고를 버리시고, 그 가치를 얻는다고 여기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저절로 우리 몸에도 좋고, 여러분이 상상도 하지 못할 고생을 하면서도 빈곤에 허덕이는 우리 농부들에게도 이롭고, 나아가서는 오염된 우리 땅을 살리는 길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自利利他가 되는 보살행이요 나아가서는 인류의 구원과 상생의 길이 아닐런지요. 별로 멀지도 않은 거리에 있는 마트에 온실가스 내뿜으면서 농약범벅표 농작물을 사먹는 거보다는 운동 삼아 천천히 걸어가서 친환경먹거리를 사던지, 좀더 적극적으로는 유기재배한 농부들을 수소문하여 그분과 직거래해주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들이 변하면 농촌도 변합니다. 농촌이 변하고 땅이 살면 결국 그 이득은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
말이 나온 김에 살짝 첨언(添言)을 하겠습니다.
여태 제 말을 곧이 들으셨다면 앞으로는 제발 돌잔치는 삼가길 바랍니다. 호출 받아서 가는 손님입장에서도 장래의 거래(?)를 생각해서 마지못해 참석해주는 것이므로 비용과 시간적으로 소모적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잔치의 주인공인 아이한테도 좋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잔치 손님을 위해 산해진미를 접대하느라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어갔습니까? 아마도 새 생명이 태어난 것을 축하하고 축복하자는 것이 돌잔치의 취지일진대, 그 취지와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웃는 아기 하나를 위해서 덧없이 죽어간 수많은 생명들간에는 대단한 부조화(不調和)가 있지 않은가요? 그 억울한 혼들이 과연 그 아기에게 福을 가져다 줄까요, 화(禍)를 가져다 줄까요?
無智에서 눈을 뜨면 모두에게 복이 되는 길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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