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까운 사람에게 돈 빌려주고 죽을 때까지 원수지간으로 지내는 경우 많이 보셨지요? 왜 채권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을 하고서(또는 채무자 입장에서는 신세를 지고서) 서로 원수가 될까요?
이런 종류의 문제는 돈 자체의 문제보다는 ‘무지(어리석음)’과 ‘탐욕(욕심)’ 때문에 빚어진 인생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 빌리고 떼여서 서로 원수가 되는 것도 겉보기에는 돈으로 빚어진 문제가 아니라, 어리석음으로 빚어진 것입니다. 너무도 어리석기 때문에 욕심을 욕심으로 보지 못해서 추접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이지요.
앞으로 돈을 빌리고 빌려줄 때 여러분은 반드시 아래의 5개의 질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시고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1. 어려운 일이 생겨서 돈 빌릴 일이 생긴다면 먹고 살기 빡빡한 사람을 찾겠습니까? 아니면 여유 있는 사람을 찾겠습니까?
2. 여러분은 돈 빌릴 때 친한 사람이 떠오릅니까? 아니면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꿔달라고 합니까?
3. 여러분에게 돈을 얻으러 오는 사람은 은행 등 여타 금융기관에서 대출할 수 있는데도 올까요? 아니면 대출이 안되기 때문에 올까요? 다시 말해서 금융기관이 사업이 잘되고 신용과 담보가 우수한 사람인데도 대출을 안 해줄까요? 아니면 그렇지 못해서 안 해줄까요?
4. 만약 금융기관에서조차 대출이 안 되는 사람에게 내가 돈을 빌려주었다면 그 사람이 제때 이자도 잘 내고 원금상환도 잘할 수 있을까요? 떼일 확률이 높을까요?
5. 이런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줄 때 이자를 높게 받아야 돈을 잘 돌려받을까요? 아니면 형제이고 친한 친구이니, 아주 후한 조건(무이자, 상환기간 자유 등)으로 하면 잘 돌려받을까요? 아니 거꾸로 얘기해서 내가 채무자라면, 고금리에 팍팍한 조건인 빚을 먼저 갚겠어요? 아니면 저금리에 상환조건 널널한 빚을 먼저 갚겠어요?
여러분이 인간의 욕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무지한 상태에서 백날 재테크 도사가 되어보겠다고 방방 뛰어봐야 말짱 도루묵입니다. 경매 잘해서 수백억 부자가 되었네, 월세 살다가 강남팰리스에 입성했네... 따위 스토리를 접해도 저는 대부분의 사례에 대해서는 그들을 가엾게 여길 뿐입니다. 마치 성공한 듯싶게 보이는 그 사람의 다른 측면이 보이기 때문이지요.
혹자는 제가 그러한 성공(?)을 못했기 때문에 배 아파서 그런다고 할지 모릅니다만, 과연 ‘성공’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위 5가지 질문에 대해서 제가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우선 누군가 돈을 빌리러 오면 먼저 자신의 처지에 감사하십시오. “이야~내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을 정도로 아직은 먹고 살만 한 여유가 있는 사람이구나…”라면서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반면에 거지들은 가진 게 없으니 누가 돈 빌리러 올 일이 없습니다. 부동산과 주식이 폭락하든지 말든지 건물이 무너지든지 그들은 잃을 것도 없고 돈 떼일 일도 없으니 그들은 생각하기에 따라 행복한 사람입니다.
누군가 돈을 빌리러 온다면 99.9%는 아주 가까운 친인척이거나, 평소에 친한 척하던 사람일 겁니다. 지하철의 옆 사람이 보증 서달라고 하진 않을 테지요? 은행 놔두고 주변사람에게 돈 꿔달라는 것은 그건 정말 돈이 급한 겁니다. 그런 사람의 재무risk가 어떨지 짐작되지요?
부모형제간 또는 절친한 친구간의 아름다운 관계가 어느새 박살 나는 경우를 더듬어보면 십중팔구는 돈 문제가 깊숙이 얽혀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수가 될 것을 각오한다면 돈을 빌려줘도 될 것이고, 다소 서운한 관계가 될지언정 원수맺기는 싫다면 안면까고 거절하세요.
이도 저도 곤란하다면 돌려받을 생각은 말고 양해를 구하면서 빌려달라는 돈의 10~20%정도를 기부한 셈치고 줘버리는 길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찝찝한 마음이 없어야 하고, 두고두고 마음에 걸림이 없는 것이 누구에게도 좋습니다.
이런 이치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는 이렇듯 빌려줘 놓고서는 못 받을 거 같아서 안절부절하고, 안 빌려주자니 두고두고 원망들을 것 같아서 밤잠 못 자고… 이러한 자기 욕심의 모순관계를 꿰뚫어 보고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사람을 ‘재테크도사’라고 인정해주겠습니다.
한 단계 더 현명한 처신법이 있는데,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일수록 안 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돈 때문에 원수가 될 확률이 가장 높은데, 가족 아닌 남이라면 얼굴안보고도 사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가족간에 돈 문제로 원수가 된다면 일가족 모두에게 괴롭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천륜에도 어긋나는 일이지요. 그러므로 가족이 보증을 서달라는 둥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라도 냉정하게 외면하십시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결국 굶어 죽을 정도 될 때 잠깐 먹여주고 재워주면 됩니다.
아끼는 사람일수록,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의 인생에 간섭하면 큰 과보가 따릅니다. 그의 인생에 대해서 자기가 책임지게끔 하는 것. 즉 스스로 결정하고 자립하게끔 내버려두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더욱 그를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돈 문제 외에도 가족간의 문제일수록 서로간의 인생에 간섭 안 하는 게 최선의 처신입니다. 가족이므로 쉽게 돈 빌려주고 보증까지 서준다면 그는 망할 확률이 더욱 높아집니다. 어지간히 잘될 사람이면 똑똑한 금융기관에서도 돈을 빌려주겠지요. 운이 없어서건, 능력이 없어서이건 망하려면 그 혼자 망해야지 온 집안이 망해버린다면 이제는 원수지간의 문제를 넘어서 가족모두에게 닥칠 재기불능의 파탄지경이 됩니다.
이런 이치를 모르니 눈앞의 상황을 어찌하지 못해서 항상 돈 문제와 얽힌 분란으로 인하여 죽네 사네 하는 집구석이 흔합니다.
그래도 어찌 그렇게 가족간에 모질게 외면하느냐며 도저히 그렇게는 못해서 얼마라도 빌려줘야 한다면 남에게 대하듯 아주 까다로운 상환조건에 매월 高利를 적용하십시오. 물론 당연히 차용증은 받아두어야 합니다. 이렇게라도 안 한다면 그는 그 돈을 갚을 생각을 안 하거나 마지막 순위로 갚으려 할 것입니다.
그간 수 차례 강조했듯이 돈을 잘 모으는 것보다는 돈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며, 돈을 잘 쓰는 것보다는 돈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돈을 잘 다스리는 것보다 자신을 비롯하여 인간에 대해서 잘 알아야 돈과 타인과 세상 그 무엇으로부터도 자유롭게 살수 있습니다.
촘촘하게 짜인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어느 것에도 걸림 없이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 이런 사람이 진정한 자유인이요, 성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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