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 저러한 인연으로 최근에는 부쩍 오랫동안 못 보던 지인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분들의 행색이나 안색들이 당연히 조금씩은 변했지만, 다행히도 저를 만나 반갑게 대해주는 마음은 한결같더군요. 대개의 반응은 상당히 변한 제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하긴 1년 넘은 세월 동안 제가 가장 많이 변한 축에 끼기도 합니다.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자신도 놀라울 지경이니까요. 무엇이 변했는가 하면, 우선 외모가 변했습니다. 아마 까페 쥔장님도 저를 만나면 한번에 못알아 볼지도 모릅니다. ^^ 심지어는 어디 아프냐는 걱정까지 듣습니다.
그리고 인생관과 가치관도 많이 변했습니다. 인생 전체에 대한 욕심 내지는 집착이 줄었고 세상의 일에 닥쳐서 화를 덜 내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여러분은 자신이 어떻게 변하는 것이 좋으세요? 아니면 한결같이 지금 상태로 남고 싶으신가요? 아마 여러분들 거의 다 외모는 더 매력적으로 변하고 싶고, 재산은 많이 늘었으면 좋겠지요? 그리 되어야 지금보다 더욱 행복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추구하는 멋진 변화를 위해서 지금 노력하고 있나요? 매력적인 외모와 재산증식을 위해서 애쓰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지금 자신을 체크해 보시겠습니까?
아차~! 그러고 보니 욕심은 분명하게 많음에도 그 욕심의 달성을 위해서 막상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별로 없군요. 또는 욕심을 채우려고 뭔가를 애써본 적은 있지만 이런저런 태클이 들어와서 일찌감치 포기했을 겁니다. 우리들 대개가 그렇습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요.
삼라만상 모든 것이 변화를 피할 수 없기 마련이듯이, 개개인의 인생에서도 때로는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의지를 갖고서 변화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는 바로 변화를 하면 이익이 될 때이고, 변화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때 입니다.
제 경험을 잠시 소개합니다.
10여 년 전쯤 애주가였던 적이 있습니다. 퇴근 후에는 거의 매일 지인들을 꼬셔서 소주를 두어 병 이상은 마셨던 때가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식탐과 알코올이 시너지를 일으키니 비만은 심해지고, 몸이 무거워지니 지하철역까지 걷는 것조차 힘겹게 느껴지더군요. 최소한의 운동량마저 부족하여 간과 혈중콜레스테롤, 당뇨초기증상, 몇 가지 피부질환까지 검진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치명적인 병도 아니고, 사회생활 하는데 장애요소는 아니라고 자위하면서 그렇게 7~8년을 살았습니다. 주위에서도 비정상적인 몸 상태를 걱정하면서 몸에 좋다는 것을 사주려고도 하고, 운동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만 요지부동이었지요.
불량건강체임은 인정하지만 몸이 편해야 마음도 편하다는 속삭임이 내 안의 마왕임을 알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속이는 굴레 속을 헤맨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살면서도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자유롭고 행복했다면야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만 그런 삶이 자유가 아닌 속박이며, 행복이 아닌 괴로움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지독한 번민과 후회에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그래도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이 가장 빠른 거라던 조상님 가르침을 믿고서 집 근처 도봉산 (산책로 수준의 쉬운 코스) 등산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중턱도 못 가서 하산! 동행한 아내도 저를 불쌍하단 듯 바라봅니다. 속으로는 ‘한심한 인간아~ 이런 저질체력의 인간을 어찌 믿고 평생 산단 말이냐~’ 라고 핀잔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한번 더 획기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만 그래도 머릿속으로만 몇 달간을 자책과 자위만 반복할 뿐입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내 마음 속의 마왕녀석의 정체를 알게 되었지요. 아니, 그 보다 오래 전부터 마왕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 ‘앎’의 수준이 식(識)이었었고, 이젠 조견(照見)을 했다고 표현해야 적절하겠습니다.
조견을 할 수 있게 되니까 마왕의 주무기인 3독(탐,진,치)의 제어법이 슬며시 보입디다. 그래서 한번 싸워 이기겠다는 대결정심을 세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싸워 이겼으니 오늘 이 시간에 소개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게는 삼독 중 하나인 탐독마왕이 가장 싸워 이기기 힘든 상대였습니다.
굳게 세운 대결정심 중 한가지가 ‘매일 무조건 한 시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자’는 것이었는데, 하필이면 사흘째 되던 날 황사까지 섞인 비가 오더군요. 폭풍우는 아니지만 제법 찬 날씨에다 큰 우산을 써야 할 정도의 강우량이었습니다. 이 순간 천사의 모습을 한 마왕이 다가와서 상냥하게 꼬십니다.
“이 더러운 비를 한 시간이나 맞으면 감기몸살 직빵이야. 이게 다 건강하자고 하는 건데 되려 마이너스잖니?”
“한번 거른다고 해서 너의 대결정심이 어찌되는 건 아냐. 굳이 비 오는데 집에서 체조나 하는 게 어때?”
“오늘은 가볍게 건너뛰고, 이번에 태우지 못한 열량을 내일 그만 큼 덜 먹으면 쌤쌤이다”
너무도 달콤한 제안이라서, 나갈까 말까 하면서 무려 두 시간 넘게 고민했습니다. 아직은 마음공부 초보상태라서 두 시간이나 걸렸던 게지요. 어쨌든 마왕을 물리쳤습니다. 당시
비단 저와 같은 사례가 아니더라도 독자 여러분들 모두 자신의 문제점을 하나이상은 갖고 있을 것입니다. 남이 볼 때는 문제지만 본인은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다면 괜찮습니다. 세상에 대해서 해악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야 문제가 아닐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자기인생을 보다 자유롭고 행복한 인생으로 만들어 가려면 객관적인 자기성찰은 필요합니다. 이른바 수행적 관점의 ‘자기점검’이라는 것을 해보면 지금의 내 꼬라지의 수준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꼬라지가 下手인 것을 인정해야 더러움을 깨끗이 비우고, 인생을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하게 채우고자 하는 발원이 생기지요.
바야흐로 기축년이 저물고 경인년이 밝아옵니다. 해가 바뀔 무렵 늘 크고 작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달성을 위해 계획을 세웁니다. 가장 대표적인 계획이 담배를 끊는다, 다이어트를 한다. 어학, 자격증 등 자기계발을 한다, 재테크를 한다 등등 입니다.
여기에 의문이 생깁니다. 왜 하필 1월에만 새로운 목표가 시작될까요? 만약 12월에 결심 했으면 당장 그 순간부터 실행하면 안되나요? 지금 당장은 못할 만큼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정이 있나요? 지금 당장 하지 않은 순간을 결정짓는 마왕을 재빨리 알아채지 못하므로, 결국 내년 1월에도 마왕의 유혹에 금방 무너지는 것은 명약관화 합니다.
그전에도 말씀 드린 바와 같이 ‘해서 좋은 줄을 안다면 마땅히 해야 하고, 해서 나쁜 것임을 안다면 주저 없이 끊는 것’이 좋습니다. 마땅히 하고, 끊는 것에 대하여 할까말까를 고민할 게 아니라, 그냥 하는(끊는)겁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 ‘그냥’ 이란 단어를 자주 쓰겠습니다만 ‘그냥’은 말 그대로 ‘그냥’ 입니다.
뭔가 해야(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했는데, 할까 말까 자기도 모르게 고민을 한다는 것의 뿌리는 ‘싫다는 마음’ 입니다.
수많은 시간과 횟수를 거듭하여 내 육신과 의식세포 깊숙이 스며들어 곰삭은 ‘업(karma)’를 거스르려니 자연히 나타나는 거부감 내지는 저항감이죠.
이 ‘하기 싫다’ 라는 거부감의 실체인 마왕녀석을 그때마다 확 밝게 비춰버리는(조견) 수련이 되지 않은 이상,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무의식적으로 먹게 되는 공기나 음식물과 같은 것이라서 때로는 대결정심의 각오로도 이겨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그냥 한다’ 라는 보다 다른 차원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말은 짧고 쉽지만 ‘그냥’ 이라는 의미가 꽤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내일부터는 매일
처음 며칠간은 억지로 일어나겠지만 그 다음단계가 되면 알람이 울리더라도 온갖 핑계거리가 나를 유혹합니다. 주말이니까, 몸이 아프니까, 어제 회식으로 술을 많이 먹었으니까, 일찍 일어나봤자 별로 할 일도 없으니까, 오늘은 학원이 쉬니까… 등등으로 마왕의 유혹이 대결정심과도 감히 맞섭니다.
그러나 이때 ‘그냥’이 되는 사람은 말 그대로 그냥 일어납니다. 만약
우리도 자신도 모르게 늘 하고 있는 ‘그냥’은 무수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배가 고프면 먹을까 말까 고민하면서 먹나요, 아니면 그냥 식당에 가서 또는 집에 있는 밥을 찾아 먹나요? 똥이 마려우면 쌀까 말까 고민하나요, 아니면 그냥 가서 싸나요? 회사에서 하기 싫은 업무가 생기더라도 어쨌든 그냥 하지요?
이 모든 판단의 행위의 동력은 하면 자기에게 이롭고, 안 하면 자기에게 손해라는 것을 계산하였기에 아무런 저항 없이 하는 겁니다.
이처럼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를 위하여 이익이 되거나 손해가 되지 않는 것만을 선택하고자 수퍼컴CPU보다도 재빠르게 계산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게다가 다들 자기 딴에는 본인이 똑똑하게 계산을 잘한다고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 계산의 결과물이 좋은 경우를 별로 보지 못합니다. 우리는 매 순간순간 닥친 일에 대해서 자기가 선택했음에도 그 결과에 대하여 항상 후회하고 괴로워하잖습니까? 자기 마음을 모르고, 인생의 중심을 세우지 못하고 사는 우리들 수준에서는 잔머리 굴려서 계산해봤자 입니다.
인생을 크고 길게 보아서 자기와 세상에게 이로운 것은 ‘그냥’ 합니다. 그렇게 하면 마왕이 가르쳐준 계산법을 죄다 버려도 훨씬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수 있습니다.
좀더 高手가 되면 순간순간의 작은 이익이 아니라 인생전반에 걸쳐 자기에게도 큰 이익이 되고 타인에게도 이익이 되는 이치를 꿰뚫어 사는 인생을 살게 됩니다.
다가올 경인년의 이맘때가 되면 이런 인생계산법을 모두 터득하시어 그 후 남은 인생 내내 자신에게 당당하고 향기롭게 살게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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