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 금융권의 경력과 실전재테크의 경험이 뭇 독자 여러분들 보다야 다소 많기 때문이겠지만, 대면에서 혹은 E-Mail 등으로 이런저런 재테크분야의 질문을 받다 보면 씁쓸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물어보는 태도 때문이고, 또 하나는 실컷 가르쳐줘 본들 제 말대로 따르지 않을게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질문자가 자신의 꼬라지와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전혀 파악을 못(안)하고 있는 사람이라서 행여나 여차여차해서 돈 좀 만지게 되더라도 본인에게 공덕으로 남지 않고 결국 해악이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의 경우로서 질문자의 태도를 보면 참말로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금융기관에서 물어보던지, 객장에 비치된 상품찌라시를 조금만 살펴보면 알 만한 것들, 혹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을 제게 묻습니다. “매달 얼마를 적립 할건데, 어떤 게 제일 좋아요? ELS가 요즘 뜬다던데 펀드보다 나은 거에요?” 등등… 이들은 저의 귀한 시간은 상관할 바 없이 자기 시간만 중요하다는 발상일까요? 제게는 아마도 그 자신의 인생을 쉽고 값싸게 살고 싶다는 태도로만 보여집니다.
그 다음의 경우로 제가 나름 성심껏 조언해줘도 샐쭉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아이 학자금을 지금부터 준비하려는데 OOO상품으로 하면 괜찮을까요?” 라고 물으면, 저는 “그 돈 모이거든 낳고 키워주신 부모님께 전부 드리세요. 엄마아빠가 너무 간섭만 하지 않으면 아이는 때 되면 저 알아서 배울 거 배우고 알아서 잘 살 아갑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렇듯 애초부터 자기가 원했던 대답과 크게 다른 답이라면 질문자의 반응은 더욱 가관입니다. 아마도 자기가 이미 내려놓은 답을 확인하려고 제게 물었던 것인데, 전혀 다른 (나답게) 답변을 해버리니 기분도 나쁜 것이겠지요. 그는 실망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제게 배신감마저 들었는지, 연락조차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 번째의 경우가 제일 심각합니다. 제가 언젠가 ‘자신의 꼬라지를 알라’고 했던 바와 일맥 통합니다만,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쩌다 돈맛에 먼저 중독되어서 오로지 돈에만 집착한 상태에서 더 버는 비법을 물어봅니다.
질문하는 자세는 대단히 심도 있고 진지합니다. 그렇지만 돈에 대한 철학은 전혀 不在합니다. 그에게 있어서 돈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수단입니다. 돈만 좀 많다면야 사랑하는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고, 자신의 남은 인생도 여유로워 지므로, 그게 바로 ‘인생의 자유’라고 여기나 봅니다.
위의 경우들을 접하다 보면 우리 인생들이 참으로 어리석게 여겨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예전의 내 모습이었으니 이해도 되어 그들을 통해서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기도 합니다.
당최 돈이 무엇이기에 사람보다 더 우선이 되어버렸는지 다음과 같은 실례를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늦은 봄. 아끼던 후배를 반년 만에 만나서 나눈 대화입니다.
“반갑다. 수환아! 그간 잘 지내…… 지 못했어? 어째 안색이 맛이 갔네? 요즘 잘나간다고 들었는데, 왜 그 모양이 된 거야?”
“형도 그렇게 보여? 요즘 몸이 안 좋긴 해. 연초에 (H은행)차장으로 승진되고부터 어째 더 힘드네”
“그래도 그 나이에 벌써 차장인 게 어디냐. 게다가 연봉이 내 2배는 될걸? 그래도 정히 몸이 안 좋으면 1년쯤 휴직하는 건 어때?”
“휴~나도 간절하지. 그런데 마누라가 절대 못 쉬게 해. 지금 쉬면 머잖아 영업소장발령 시즌인데 불이익이 생기면 어쩌냐면서…”
이런 사례는 주변에 아주 흔하게 보시죠? 아마도 이 후배의 마누라한테는 남편이 ‘돈’ 으로 보이는가 봅니다. 누가 봐도 알아차릴 정도로 건강이 나쁜 것을 알면서도 남편이 가장 노릇 하려면 돈 벌다가 죽게 되더라도 자기를 위해서는 돈을 벌어와야 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돈을 잘 버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러할 겁니다.
남들보다 더 잘 번다는 가장들아~ 기고만장하지 마시라. 다른 관점에서는 더 불쌍한 존재일 수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우리는 곧잘 돈이 행복의 수단이라고 합니다.
돈이 많을수록 인생이 자유롭고 더 많이 즐길 수 있다고 하지요.
돈이 있어야 하고픈걸 할 수 있고, 하기 싫은걸 안 해도 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저는 자주 강조합니다. 돈이 있기 전에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라고. 자신의 꼬라지를 정확히 들여다보라고...
우리들은 남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현재 모습이 어떤지도 잘 모르면서, 자신은 어엿한 가장이요, 아버지요, 남편이며, 직장에서는 OO과장이라는 나만의 몽상 안에서 살고 있지요. 그렇지만 퍼뜩 정신차리고 다른 한편에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내 자신의 모습이 아내한테는 돈 벌어오는 기계이고, 아이들에게는 가끔 맛난 것과 장난감 사주는 동거인이고, 상사에게는 시키는 대로 일해주는 한낱 머슴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꼬라지를 착각하고 있는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고 합니다. 이 지구상에서는 ‘인간이 최고 짱’ 이라는 뜻이겠지요? 지구상의 현존하는 다른 존재들보다 지능이 높고, 고차원의 물질문명을 누리고 있기에 ‘짱’을 먹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다같이 고귀한 생명인데, 짱과 非짱을 분별하는 것이 바람직한 짓은 아닙니다만, 굳이 짱을 골라야 한다면 인류역사나 종교과학적인 이론 따위는 지금 차치하고라도 인간은 결코 ‘짱’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영리한 인간의 모습 말고, 인간의 부정적인 속성도 따져 봅시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과 필요에 의해서 무한한 창조와 진화를 해왔습니다. 종종 같은 인간들끼리도 수억 단위의 살상을 하기도 하지요. ‘너희’와 ‘우리’를 각각 구분해서 어느 곳에서는 식량이 남아돌아 기계연료로 쓰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식량, 물 부족으로 태어나자마자 곧 아사(餓死)하기도 합니다. 그걸 보면서도 내 나라가 아니다, 피부색깔이 다르다, 정치이념이 다르다, 종교가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모질게 외면합니다.
인간들의 편익을 위해서 드넓은 자연을 마구 파괴하고, 경작지를 없애가면서까지 인간의 거주지로 개발하다 보니, 급기야는 지구환경문제로 인한 몇 년 후의 생존조차 장담하지 못할 상황이 되었지요. 뿐만 아니라 점점 고기 맛에 중독되어버려서 그나마 좁아진 땅에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하려고 가축을 자연방목상태로 두지 못해서 비좁은 닭장과 축사에 함빡 몰아넣게 되고,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각종 질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 상상도 못할 만큼의 다량의 항생제를 주사합니다. 심지어는 초식동물인 소에게까지 육식을 강제하니 결국은 광우병 따위의 희귀병을 탄생시킵니다. 이것을 부지불식간에 먹는 우리 인간들은 다시 신종돌연변이 질병에 벌벌 떨고, 이런 병을 피하려고 안전하지만 훨씬 값비싼 대안을 찾게 되고…
자기가 쏜 화살에 자기가 얻어맞는 짓을 수없이 반복하는 한심한 존재가 어찌 감히 만물의 영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모기나 바퀴벌레, 바닷속의 해파리들이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인간보다는 잔인하지 않았고, 생존의 역사 또한 모르긴 몰라도 인간의 수 천 배인 수십 억년은 넘지 않을까 싶네요.
인간들이 앞으로 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남(모든 생명)을 인정해야 합니다.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다’는 연기(緣起)의 법칙을 안다면 너와 나를 구별할 필요가 없지요. 그러므로 죽어가는 생명에게는 종족이니 이념, 국가, 종교를 불문하고 살려야 하고, 약한 생명을 보호해주고, 배고픈 생명에게는 먹게 해야 합니다. 제가 아무리 떠들어도 아프리카, 동남아, 북한의 주민들이 굶어 죽어가고, 산채로 독수리의 밥이 되는 걸 보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온갖 시비심, 분별심(是非心,分別心)을 일으켜서 외면할 겁니다.
위에 열거한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인간의 속성을 알게 된다면 인간들이 끊임없이 갈구하는 ‘돈’이라는 것도 인간의 다양한 가치요소 측면에서 보면 그리 우선순위는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후 순위에 불과한 돈을 우선순위로 두거나 소위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짖는 인간들 까지도 하찮게 보는 겁니다.
약간 각도를 틀어서 부언하자면,
이곳에서 정보를 주는 재테크전문가들, 나랏일을 한다는 정치인들, 생명을 다룬다는 의사들, 심지어는 숭고한 일을 한다는 성직자들이 자신을 사뭇 대단한 사명감으로 포장해서 일하는지는 몰라도 실상은 별 것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은 다만 자기 이익 또는 자기의 필요에 의해서 일하거나 활동할 뿐입니다. 인간의 모든 궁극적인 행위 동력은 자신의 ‘필요와 이익’일 뿐, 자기에게 불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는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인간이 얼마나 이익(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인지 다른 예를 들어 볼까요?
조금 전에 대변을 본 변기에 100원짜리 동전이 빠졌다고 칩시다. 그게 너무 아까워서 건져낼 사람이 있을까요? “뭐~ 추접스럽게 그까짓 돈에 연연해서 사나? 그깟 돈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지” 라면서 10초 후에는 잊어버릴 겁니다.
이번엔 물방울 다이아반지가 빠졌다고 칩시다. 아마 맨손으로라도 싼 똥을 헤집어 찾아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정화조속에서 헤엄치더라도 찾아내고야 말 겁니다. 왜냐면 자기에게 큰 이익이 되는 것이니까요.
부동산 전문가들은 불경기상황이더라도 별별 재료를 다 갖다 붙여가면서 지금 사두면 부동산은 돈이 된다, 금방 오른다면서 수시로 부추깁니다. 주식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위기상황에서도 제 각자의 시장전망은 항상 푸르기만 합니다. 고맙게도 그들은 과연 우리들이 미처 모르던 돈 되는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려고 그런 노력을 기울일까요?
절대 아니지요.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공들여서 활동하는 이유는 그 분야에 무식한 우리들이 그들 말대로 따라 하면 자기들한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우리들도 한번씩은 겪는 얘기를 해봅시다.
다들 때가 되어 결혼을 준비할 즈음, 결혼해봤자 자기한테 아무런 <물질적/정신적>이익이 없음에도 “내가 저 사람과 결혼하면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바쳐서라도 저 사람에게 이익이 되게 하겠다” 면서 배우자를 고르나요? 아니면 자기 혼자 계산기 한참 두드려 보고 “내가 가진 것을 어느 정도 주더라도, 저 사람이 가진, 얻어낼 수 있는 뭔가를 내가 좀더 가져가겠다” 라면서 수지타산을 따져보고 이문이 남아야만 결혼하나요?
내 쪽이 조금 손해인건 알지만 그 사람을 워낙 사랑하니까 눈 딱 감고 기꺼이 결혼해주는 거라고요? 글쎄올시다.
또 비근한 예로, 선거시즌이 되면 각자의 소신에 따라 투표를 하시죠? 물론 어떤 대통령후보나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를 갖고서 투표를 하겠지요. 역시 속내를 따져보면 투표의 선택기준은 자기의 직간접적인 이익과 직결되어 있었음에도 남들에게는 지역과 나라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인재에게 투표했다면서 떠듭니다. 뭐 각자의 안목이란 것이 있으니 정신병자를 찍던 수구친일세력을 찍던 뭐라 하겠습니까만 제가 바라는 점은 우리 독자님부터라도 앞으로는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해지셨으면 좋겠네요.
이렇듯 우리들은 나와 남이 별로 다를 바 없는 그저그런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자기자신에게도 솔직하질 못합니다. 자신은 현명하고 고상한 존재라고 자꾸 착각을 하는 것이죠. 제가 너무 찔러대니까 뜨끔하신가요?
제 생각이 대단히 틀려먹었다고 증명할 수 있는 분이라면 제게 좋은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즐거이 가르침을 듣고 따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러분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돈이 꼭 필요하고,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신의 꼬라지를 아는 공부를 먼저 해야 합니다.
내 꼬라지를 제대로 알려면 여태 자신을 지배해온 기존의 我相(습관과 관념)을 내려놓은 채 자기의 마음과 솔직한 대화를 해봅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인간인지를 알아지게 되므로 더 나아가면 이로부터도 자유롭게 되고, 나와 마찬가지로 탐욕과 無智 속에서 살아가는 다른 인간들에 대해서도 차차 이해를 하게 될 것이며, 인간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돈의 본체를 꿰뚫어 볼 수 있게 됩니다. – 대부분의 사람은 이 단계까지 도달하게 되면 돈에 대한 집착을 딱 끊게 됩니다. 이런 수준까지는 원치 않으시죠? ^^;;-
이젠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도 잘 알고 돈의 본체마저도 꿰뚫게 되었는데, 그깟 돈 버는 게 뭐 그리도 어렵겠습니까? 뭐든 잘 모르니까 어렵고 힘들 뿐, 핵심이나 원리만 알면 별 것 아닙니다.
그리하여 어찌어찌 돈에 대해 많은 깨우침을 얻게 되었다면, 아무쪼록 그 다음부터는 돈에 휘둘려서 살지 마시고, 돈을 자유롭게 굴리는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이번 칼럼은 어쩌다 보니 무척 길어졌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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