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만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나마 금방 떠오르는 것으로
- 오늘 점심시간에 직장동료와 사먹은 자장면 곱빼기와 볶음밥값
- 우리집 의정부에서 직장이 있는 서울까지 출퇴근할 일주일분 차비
- 구두 다섯번 닦을 가격.
- 우리 마누라 장볼 때 서너 끼니의 밑반찬 꺼리는 될까?
- 아니지, 만원이면 벽다방커피를 50잔은 뽑을 수도 있겠다.
새삼스레 나열해보려니 만원으로 살만한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다.
우리 회사의 한 아르바이트 휴학생이 냉녹차를 들이대면서 친한 척 한다.
알바 : 과장님또래의 오빠한테 선물을 하려고 하는데 뭐가 좋을까요?
터팬 : 설마 띠동갑 되는 아저씨를 사귀는 건 아니지? 예산은 얼마쯤 생각해?
알바 : ^^;;; 만원이요!
터팬 : (+_-;;) 그렇게 난해한 걸 묻다니…
만원짜리 전철패스를 선물하라고 할 수도 있고, 짜장면 식권 3장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기대하는 것은 만원이면 자신의 일주일치 용돈이니 만큼, 결코 평범하지 않으면서도 꽤 오랫동안 자신을 기억해줄 수 있을 만한 선물을 원했으리라.
‘가장 적은 Input으로 가장 큰 Output을 취하라’는 것은 돈을 잘 쓰기 위한 기본 원칙이다.
적지 않은 돈을 쓰고도 생색조차 못 내는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최소한 받는 이에 대한 평소의 관심과 애정을 가졌어야 한다.
당신이 위 알바였다면 어떤 선물을 하시겠는가?
이제부터 만원으로 10만원, 아니 수백만원 이상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사례를 알려드리겠다.
지난 여름이다. 회사의 내 서랍엔 늘 점심식사 후 양치질을 위한 치약+칫솔 셋트가 있다. 어느날 치약이 떨어져서 동료에게 치약 구걸을 했는데, 다음날, 그 다음날도 치약 사오는 것을 까먹어서(사실은 그거 하나 사러 가기가 귀찮았다) 자꾸 빌리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내 생일이 되었고, 퇴근무렵이 되니 팀원들 몇 명이 돈을 모아서 상큼한 색상의 남방을 (사이즈가 안 맞으면 백화점에 가서 교환하라면서)선물한다. 기분이 해벌레~해져서 인근 호프집의 조촐한 회식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파장할 무렵에 한 알바 S군이 선물이랍시고 뭔가를 내놓는다.
터팬 : 짜슥~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너까지 이런걸 주냐?
S군 : 별거 아녀요. 과장님한테 필요한 거 같아서요. 뜯어 보세요.
터팬 : 헉! 치약칫솔 세트잖아? 귀여운 녀석. 쌩뚱맞구먼.
S군 : 치약 다 떨어졌었죠? 자세히 보니깐 과장님의 칫솔모도 다 자빠졌던데… 그나마 최고급 치약 칫솔이니깐 제 생각 하시면서 오래 쓰세요…ㅋㅋㅋ
일하는 모습에도 느꼈었지만, 그는 역시 남다른 생각을 가진 녀석이었다. 받는 사람이 과연 원하던 인지, 무엇이 필요했는지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남방가격이 스무 배는 더 비쌌지만, 내가 받은 효용가치는 남방보다는 치약세트가 스무 배 이상으로 느껴졌다.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어느 방송코너의 제목처럼 ‘만원의 행복’이 바로 이런 것일까?
그 일이 있은 후 터팬은 틈나는 대로 그 녀석에게 내가 아는 최고의 재테크의 왕도(?)와 각론을 가르쳐 주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노릇을 제대로 하고자 한다면 친인척, 직장, 선후배, 기타 지인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챙겨야 할 일이 허다하다.
그 중에는 대놓고 말하기도 그렇고, 혼자서 끙끙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생일이나 환송, 기타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특히 손윗사람에게 해야 한다면 그건 차라리 스트레스에 가깝다.
마음의 선물이 최고라는 사람도 있지만, 별다른 이유없이 마음의 선물만 남발하다가는 왕따당할 확률이 99%다.
결론은 뻔하다. 바로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여기서의 마음은 곧 관심이요 情이며 실속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선물은 주는 이의 마음을 온전히 표현한 재화나 용역이다. 그런데 아무리 마음을 듬뿍 담았어도 담긴 그 물건이 정작 받는 이에게는 전혀 필요치 않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물건도 있다.
예를 들어, 뽀글파마女에게 머리끈을 선물한다든지, 한창 시험공부 중인 학생에게 X-Box게임기를 사줘서야 쓰겠는가? 오히려 “이 인간이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었구나” 하는 오해를 하기에 딱 좋다.
그렇다면 요즘 가장 속 편한 선물로 채택되곤 하는 백화점상품권을 주면서 ‘니 필요한 거 니 맘대로 쓰세요’ 라고 한다면 좋아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을 두고 ‘마음을 담은 선물’이라고 말하긴 곤란하다.
물론 상품권을 팔아먹으려는 업자들은 “마음을 전하는 선물” 어쩌고 하면서 자기들의 상품권으로 선물하도록 유혹한다.
그럼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아싸리 ‘너한테 선물 뭐 해줄까?’ 라며 대놓고 물어보는 것이 속 시원한 것 아닌가??
물론 이 방법이 서로 Cool 할 수도 있고, 돈 쓰면서 욕먹는 리스크를 줄일 순 있겠지만, 받는 이가 예측한 선물은 아무래도 주고 받는 맛(?)이 뚝 떨어지니 역시 권하고 싶지 않다.
받는 이에게도 부담 없으면서 의미가 있고, 주는 이도 스트레스 없이 즐거울 수 있는 그런 선물로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본문 서두에 소개한 알바의 예처럼 아끼는 지인을 위한 선물로는 ‘책’ 이 좋다.
n 가급적 자신이 보았던 책 중에 가장 감동적이었거나 유익했던 책이 좋다. 조그마한 메모장(Post It 도 괜찮다)이나 편지지에 자신이 읽었던 소감과 함께 공감하고 싶은 부분을 적어서 끼워두면 책 이외의 또 하나의 감동을 선물하게 될 것이다.
터팬은 책을 선물할 때면, 스티븐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 1권 혹은 4권]으로 한다. 이 책을 소화하기 어려운 아이들한테는 도서상품권으로 주면 좋겠다지만, 어떤 영악한 녀석들은 상품권을 ‘깡’ 처리해서 그 돈으로 뻘짓을 하곤 한다. 그야말로 숭악한 놈들이 아닐 수 없다.
- 어르신께 드릴 때는 지팡이, 옥침구
n 노인들은 이런 거 저런 거 다 필요 없으니 오로지 현찰이 최고라고 하신다. 그렇지만 설마 현찰 만원만 달랑 드릴 수야 있겠는가? 그 어르신도 최소한 5~10만원은 기대하실 터! 10만원의 여력이 있다면 천원짜리나 5천원짜리 신권으로 바꿔드리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팡이를 선물해보라. 등산용품점에 가면, 짚기도 쉽고, 길이조절도 되며 보기보단 짱짱한 스틱이 많다.
손잡이 부분을 부드러운 천으로 폭신하게 붙여드리면 더욱 좋아하신다.
n 옥침구는 탁구공만한 공에 뾰족한 침이 붙어있어서 손의 경혈을 자극하는 도구로서 장년층에서 인기가 좋다. 약수터에 가면 이걸 손에 쥐고서 운동하는 노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느 대선후보도 이걸 만지작거리면서 숱하게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았다. 또래들이 다들 갖고있으니 어르신 본인도 갖고 싶어하시지 않을까?
- 직장 동료나 친구에게는 프랭클린플래너, 시스템 다이어리.
n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플래너와 시스템 다이어리를 잘 쓰게 되면 시간관리나 목표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일반적인 기록만 하던 다이어리 기능 외에도 자신의 사명과 주간/월간/연간 목표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주기도 하니, 받는 이에게는 인생의 대전환점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선물이 된다.
가격은 몇 천원에서 수십 만원까지 다양하므로, 여러 명이 돈을 모아서 선물해도 좋다. 플래너의 중간삽지에 선물한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멘트를 적어주면 오랫동안 무척 고마워한다.
- 젊은 남자에게는 넥타이 혹은 손수건세트.
n 성인이 된 남자들에는 넥타이는 그야말로 다다익선이다. 정장을 입어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스무 개를 갖고 있었더라도 넥타이가 새로 하나 추가된다고 해서 전혀 불필요하지 않다. 양복을 입는 남자에게 넥타이는 자신의 가오 잡을 수 있는 핵심 액세서리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설령 정장을 잘 안 입더라도 넥타이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조금만 신경 쓰면 5만원짜리 같은 만원짜리 넥타이도 많다.
참고로 대개의 남성들은 의외로 자주 문상을 가게 되므로, 검정 넥타이가 없어서 당황하던 경험들이 있으니, 이점을 알아두면 보탬이 되겠다.
n 손수건은 꽤 자주 쓰는데도 많이 갖고 있진 않는 듯 싶다. 연인사이가 아니면 오해할 사람은 없을 테니, 담백한 디자인의 손수건을 선물해주면 모두 환영할 것이다. 안경 쓴 사람이라면 안경을 닦는데도 좋을 부드러운 면소재라면 더욱 좋다.
- 젊은 여성에게는 향수. 핸드크림.
n 향수는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선물로 받게 되면 싫어하지는 않을 선물이다. 단, 각자마다 선호하는 취향이 다양해서 과연 받고서 좋아할지 까지는 모르니, 받는 이의 취향을 미리 파악해두는 정성은 필수다.
그런데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향수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요령껏 찾아보면 경매사이트에서 거의 새것 같은 1만원대의 중고향수가 꽤 많다. 비록 중고라는 것이 티가 날지라도 “당신이 혹시 싫어할까 싶어서 내가 몇 번 뿌려보고 골랐다~”라고 하면서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한다면 그 누가 언짢아 하겠는가?
내 아내도 고급향수선물을 꽤 받았었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향수는 옥션에 헐값에 팔아버렸다. 올려놓자마자 1시간 만에 팔린단다.
n 핸드크림은 값도 싸고, 받는 이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기도 한다. 손이 예쁜 사람에게는 ‘그 예쁜 손을 지켜주고 싶어서’ 주는 거라고 하면 되고, 거북이 등껍덕 같은 손이면 ‘예쁜 손 만들어 주고싶어서’ 선물하는 거라고 하면 된다.
근사한 곳에 데려가서 몇 만원 짜리 식사를 하는 거보다는 요즘 인기 있는 ‘뉴트로지나 핸드크림’ 한 통 건네주면 그것을 쓸 때마다 당신을 생각하면서 흐뭇해 할 것이다.
위의 케이스별 추천 선물들을 보면 공통점이 보일 것이다.. 그 공통점이 무엇인지 필자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금방 아실 것이다. 공통점을 알면 쉽게 응용도 될 것이다.
부디 주는 이와 받는 이가 모두 기뻐할 수 있도록 우리들 먼저 선물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보자.
'여 유 ~ > 삶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자기 꼬라지를 알아야 돈이 보인다. (0) | 2011.10.15 |
---|---|
[스크랩] 소비생활백서 - 돈 잘 쓰는 사람 (0) | 2011.10.15 |
[스크랩] 돈 잘쓰게 하는 법칙 -1 (0) | 2011.10.15 |
[스크랩] 부자들은 잘모르는 재테크정보 활용법 (0) | 2011.10.15 |
[스크랩] `부자`에 성공한 사람들이 사용한 필살기와 공통점 (0) | 2011.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