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오랜만에 다시 글쟁이가 되어 본다.
개인적으로 회사에서의 업무가 90%쯤 바뀌게 되어 적응하느라 욕봤다. 도통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왜 몇 달 넘도록 칼럼을 안 쓰냐는 둥, 터팬님 칼럼이 젤 좋던데 착부동에 대한 애정이 식었냐는…등등의 관심이 살포시 담긴 메일도 꽤 받았던 차에… 최근 어느 잘 아는 출판기획자의 강력한 권유도 있고 해서 다시 삘을 받으려고 고민 또한 적지 않게 해왔었다.
수년간 써왔던 마흔 대여섯 꼭지의 칼럼들은 나의 경험과 실제 사례를 토대로 하여 초짜들의 재테크 마인드 형성에 도움이 될만한 것이 주요 테마였다.
차후 새롭게 전개될 테마는 아무래도 전혀 새로운 것으로 꾸려볼까 한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곧 죽는다’ 는 속설이 있다던데, 감히 ‘안하던 짓’, ‘잘 알지 못하는 짓’, ‘깊은 고민을 안했던 짓’을 하는 정도의 파격적인 변신은 아닐 테니 부디 터팬을 아껴주시던 지인들께서는 염려놓으시라…
항간에 떠도는 돈을 잘 벌고, 잘 모으고, 아끼고, 굴리고~ 하는 방법은 먼지數 만큼이나 많아져서 터팬마저 또다시 이런 류의 글을 쓴다는 것은 언어의 낭비가 아닌가 싶다. (잘 아시지 않는가? 난 남들이 많이 하는 짓을 따라하고 싶지가 않다. 왜냐하면 가오가 안서니깐…^^;;)
온갖 재테크 비법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언젠가는 불편 없이 돈을 쓰기 위함이 아니던가?? 단지 잘 벌어서 눈덩이처럼 모으기만 하는 것 자체가 그 목적은 아닐게다.
그런데 최종 목적인 ‘돈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그 어디에도 찾아보기 쉽지않다. 그 누구든지 돈을 잘 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던가?
일부러 전문서적이나 강연회를 쫓아다니며 배우지 않더라도, 학교에서 가정에서 혹은 사회에서 어느 정도는 배우게 되는 것이 재테크 방법론이라면, 돈을 잘 쓰는 방법도 부지불식간에 조금씩은 학습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테크를 잘 모르는 사람들 숫자 보다도 돈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고 보여지는 것은 나의 협소한 식견 때문일까?
돈을 잘 쓰는 방법에는 딱히 원칙이라고 할만한 게 없어 보인다. 어떤 경우에 얼마나 돈을 써야 하는지, 괜시리 낭비가 되는 씀씀이가 되진 않을는지… 돈을 잘 쓰고도 욕먹고, 제때 안 쓰면 노랭이라는 소릴 듣게 되니… 이거 원 돈 모으는 거보다 더 어려운 것이 돈을 잘 쓰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돈 문제로 발생하는 각종 범죄들의 면면을 보면, 돈을 벌고 모으는 것이 어려워서 그 동기가 된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를 모르고 돈을 제대로 쓰는 방법조차 알지 못하여 생기는 경우가 압도적이다.
그러하니, 작금에 돈을 벌어서, 모으고, 아끼고, 굴리는 방법을 알려주기 보다는 돈을 제대로 알고 잘 쓰는 방법이 선행되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더더욱 깊어진다.
어딜 가더라도 이 방법을 딱 부러지게 알려주는 매뉴얼도 책 한 권조차 없었고, 친구와 선후배, 동료들의 직간접 경험을 술자리 에서나 간혹 가십거리로 듣게 될 뿐이다.
그렇지만 경제생활을 해야만 하는 우리들로서는 지출여부와 규모를 결정해야 할 경우마다 어떤 원칙이랄까, 최소한의 가이드는 각기 나름대로 확고하게 갖고 있지 않으면, 그다지 멀지않은 시간 내에 돈지랄을 했다~라는 후회를 할 일이 훨씬 많을 것이다.
타고난 예지력을 갖고 있지 않은 한, 열심히 도를 닦아서 선견지명을 갖고있지 않는 한, 돈을 지금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쓴다면 과연 얼마나 지출을 해야 적정한가? 를 후환 없이 결정할 수 없는 여러분을 위하여, 우리 주변인들이 몸소 겪고 나서야 깨달은 후견지명(?)과 古今현자들의 지혜를 빌려서 이 시리즈를 이어볼까 한다.
돈 잘 쓰게 하는 첫번째 법칙 : 가오 때문에 돈지랄 하지말자
가급적 일본아이들의 용어는 쓰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거니와 그 뉘앙스가 가장 잘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잠시 차용하기로 한다.
가오(かお[顔]) 란 일종의 허영심과 똥폼을 지칭한다. 왠지 남들에게 보여 주고픈 개성을 표현할 때 가오를 잡는다~는 둥, 가오가 선다~ 라고 한다.
제목과 ‘가오’ 라는 단어를 보면서 벌써 가슴 뜨끔한 분들 꽤 많을 것이다.
터팬은 또래의 유부남들도 그렇듯 비슷한 이유로 백화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가끔 날라오는 무료증정쿠폰이나 할인마트보다 싸게 파는 품목이 있을 경우에 아내가 하도 졸라대서 하는 수 없이 운짱노릇 하러 가긴 한다.
카트를 밀면서 아내를 졸졸 쫓지만, 도무지 쇼핑에는 관심이 없고 눈에 뵈는 건 세련되어가는 매장디스플레이, 못 보던 신제품 구경과 직원들의 서비스태도를 감시(?)하는 마케팅학습차원의 배회만을 일삼는다.
그런고로 아내는 남편과 쇼핑하는 걸 그리 즐기는 것 같진 않다. 그나마도 아내가 일부 쇼핑중독자처럼 흥청망청 소비하느라 백화점에 가는 것이었다면 진작에 한바탕 했을 것이다. 물론 절대 따라 나서지도 않았을테고…
백화점을 순회하면서 느낀 점이 있으니… 손님을 유인하는 백화점 측이나, 이 작전에 말려드는 소비자들의 심리 말이다.
바로 ‘돈 쓰는 맛’ 이다. 돈 쓰는 맛이 소비자의 주머니를 어처구니없게 열어버리곤 한다.
이 돈 쓰는 맛은 위에서 언급한 ‘가오’와 불과 휘발유의 관계이다.
예를 들어, 터팬이 제일 경멸하는 유형으로서 종업원의 서비스와 아부를 만끽하면서 돈지랄을 해야 비로소 가오가 선다는 사람이 있고, 겨우 몇 푼 어치만 사면서도 소비자로서 유별나게 유세하는 사람도 바로 손님으로서 가오 잡고싶어 하는 것이며, 값을 깍거나 덤을 얻어내는 사람도 따지고 보면 소박한 가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진 않다.
이 밖에 가오 세우려고 헛돈 쓰는 사람의 예를 들어보자. (독자 중 상당수가 이중 하나에 해당될 테지만…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니 양해바랍니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재래시장이나 할인마트가 아닌 꼭 백화점에서 구입해야 맘이 편하다는 사람에게 왜 굳이 돈 더 써가면서 백화점에서 사느냐고 물으면 “왠지 백화점 상품이 믿음이 가고, 스스로 가오가 안선다” 고 한다. 터팬으로선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소비 심리이다.
심지어는 아무런 구입의사도 없으면서 괜히 백화점이나 고급Shop에 들락거리는 사람도 봤다.
무슨 모임에 나가면 꼭 티를 내면서 밥값이나 회비를 앞장서서 내는 사람이 있다.
온갖 잘난 척 아는 척은 다하면서, 결국 OO변액보험 섣불리 들었다가 설계사와 원수지간이 된 사람도 보았다.
동네에서 5~8천원짜리 이발하면 똑같을 것을 굳이 2~3만원짜리 OO헤어커커니 XXX헤어컬렉션 따위에서 젊은 아가씨가 머리털을 쪼물락거려야 스트레스도 풀린다는 머슴아도 많다. 기십 만원씩 하는 퍼머를 하기위해 예약까지 해가면서 월수입의 10%넘게 지출하는 아낙네들은 주위에 아주 흔하다.
돈의 위력이란 걸 새삼 설명할 필욘 없겠지만, 돈의 위력을 적절하게 쓰지 못한다면 같은 돈을 쓰면서도 쪼다~라는 뒷담화를 듣게 마련이다.
스파이더맨 1탄에 나오는 주인공의 삼촌인 벤이 유언처럼 남긴 말 : Great power always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 (강한 힘에는 항상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비단 스파이더맨 같은 힘은 아니더라도 그와 마찬가지로 돈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그만한 책임과 Rule이 있는 법이다.
이번 回는 ‘돈 잘 쓰게 하는 법칙’을 한두 가지씩 실제 사례를 들어서 풀어가기 위한 프롤로그이니 동조하고픈 독자 여러분들의 응원과 조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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