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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돌아서고 나서야 가슴이 울컥거린다!

Time(천둥새) 2007. 2. 20. 17:46
‘ 두꺼운 옷을 입고도 따뜻한 곳을 찾아
걸음을 바삐 움직여야 하는 겨울.

거동이 불편해 지신지도 6개월이 넘으신 아버지는
겨울나무가 몸집을 줄이듯 참 많이도 작아지셨다.

그렇게 불같은 성격에 한없이 강하게만 세상을 살아오시던 분이
하루 내도록 침대에 누워 게시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이제 이런 모습조차 그리 낯설어 하지 않는
나를 보며
세월 흐름의 야속함에
돌아서고 나서야 가슴이 울컥거린다.

기억속 아버지는 참으로 무심한 사람이었다..... ‘


무심코 PC를 정리하다 작년에 적은 글을 발견했다.


아버님은 지병으로 작년 12월에 그렇게 세상을 달리하셨고,
나 역시 세상 사람들이 말하듯 그렇게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야
당신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끔씩 목이 메이곤 했다.


작년에는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PC방을 운영하던 시기였는데
사실 아버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니느라 꽤 많은 돈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와이프가 PC방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처가에 아들을 맏기느라
양육비도 추가로 들었고,
1층에 부모님이 계시고 우리가 2층에 살다보니
세집 살림 비용에 병원비까지 합치면 수입에 비해 항상 지출이 많았었다.


어쨌든 그 와중에도 나는
아버님이 원래 돈 쓰기를 좋아하시는 성격이시라
누나들이 주는 용돈이나 기타 여러 가지 돈들과는 별도로
매달 빠짐없이 30만원은 아버님 용돈으로 따로 챙겨드렸었다.


그러나 위에 글을 회사에서 메모로 남기던 그달
바로 아버님이 돌아가시던 그달에는
당신이 아예 거동이 불편하셔서
전혀 돈을 쓰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또한 당시 아버지 통장에는 꽤 많은 돈이 있었고
나는 그런 이유로 당연히 돈이 별로 필요하지도 않으리라는 생각에
무심코 그달은 20만원만 따로 봉투에 넣어
"아버지 이번달 용돈이에요.”하고 지나쳤다.



아버님은 역시 돈을 쓰실 기력도 회복하지 못하고
그렇게 임종을 맞이 하셨고
나는 장례를 치르고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아버님의 차비통장과
기존 가지고 있던 예금통장 등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 돈을 어머님께 드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한사코 받지 않으셨다.


이유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에게 하신 말씀 때문이었다.
“여보. 아들 내외가 많이 어려운가 보오.
매달 30만원씩 꼬박꼬박 주던 애가 이번달에는 20만원만 넣었더구려.
그럴애가 아닌데...
한번도 30만원 이하로 넣은 적이 없었는데...”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자신의 지병으로 인해 돈이 많이 들어가서
내가 어려울꺼라 생각하고 그렇게 걱정을 하셨는가 보다.
한번도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셨는데 PC방이 잘 안되는 것 같아
그렇게 걱정을 하셨는가 보다.


그러고 보면 돌아가시던 그달 아버지는 한사코 병원에 가기를 거부하셨다.
돌이키고 보면 아버님이 돌아가신 달이 공교롭게도
내가 20만원을 봉투에 넣던 그달이다.


난 정말이지 나의 경솔함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아버님이 남긴 예금을 어머니로부터 돌려 받으며 생각했다.
정작 나는 삶을 사는데 있어 돈에 대한 걱정을 한번도 하지 않았는데
돈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불효를 하고 말았구나.


나는 매달 한사코 필요없다고 우기시는 어머님께 생활비와는 별도로
30만원을 봉투에 넣어드린다.
그리고 내가 적은 글처럼
세월 흐름의 야속함에
돌아서고 나서야 가슴이 울컥거린다.
출처 : 맞벌이부부 10년 10억 모으기
글쓴이 : 고수직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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