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적지 않게 널려 있는 경매서적들의 제목을 유심히 보면, 얼마의 종자돈으로 얼마를 벌었네 하는 식의 제목들이 유난히 많은 걸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은 책 제목을 근사하게 잘 지어 놓고도, 뭐가 불안했는지 부제목으로, 얼마로 시작해 얼마를 벌었네 라는 문구를 괄호안에 삽입해 넣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문구들을 살펴보면, 종자돈은 미미한데 벌어들인 금액은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경매 입문자들의 오해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오해에서 비롯된 높은 기대치는 경매입문자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각인되어 경매초보를 지나 경매중수에 이르는 상당한 기간까지도 그들의 마음과 행동을 지배합니다.
책 제목에 경도된 대부분의 경매입문자분들은 "좋아, 딱 3년만 고생해서 10억 벌자!" 하는 웅대한 슬로건을 내걸고, 혹시라도 결심이 무너질까봐 유사한 제목의 책들만 집중적으로 쌓아놓고 책을 파기 시작합니다.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는, 3년 안에 10억 번다는 건 언감생심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경매서적 저자들이 하도 큰 돈 벌었다는 말들을 많이 하니까 10억원에 대한 가치의 개념이 자신도 모르게 예전보다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500만원으로 몇 년안에 500억원도 버는 마당인데, 기껏 10억원이 대수인가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고 정말 열심히만 하면 3년안에 10억원은 우습게 벌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머릿속으로 10억원을 벌면 뭐할까 하는 달콤한 환상 속에서, 빌라도 지어보고 빌딩도 지어보고, 말년에 들어가서 살 그림 같은 전원주택도 그려봅니다. 이렇게 지었다 부수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달콤한 환상을 통해 충전된 사기로 한동안은 정말 열심히 공부에 매진합니다.
그렇게 공부하여 어느덧 권리분석을 정복하고, 물건분석의 기본을 익히고, 모의입찰을 해 보다가, 드디어 실전!
한껏 부푼 자신감과 결연한 각오로 보무도 당당하게 법원에 들어섭니다.
그러나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 찬 경매법정의 열기에 일단 한 번 기가죽고, 자신이 도전한 물건에 십수명의 경쟁자가 몰려 턱없이 높은 낙찰가로 낙찰되면, 꼴등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입찰표를 남이 볼세라 몰래 찢어서 휴지통에 쳐넣으며 가벼운 좌절을 또 한 번 느낍니다.
다음번에는 잘해야지, 하고 일단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다음 번 결과도 썩 신통치만은 않습니다. 이렇게 초장부터 계획이 틀어진데다가 여기에 더해 십 수차례 쓰디쓴 패찰의 고배를 연속적으로 마시게 되면 3년안에 10억이 아니라 3년안에 10건이라도 낙찰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경매서적 저자들은 대부분 평범한 가정주부요, 직장인이요,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말 그대로 아줌마, 아저씨들인데, 왜 그 사람들은 되고 나는 안 되는 걸까? 내가 머리가 나쁜 걸까? 아니면 운이 없는 걸까? 큰 부자는 하늘이 내고 작은 부자는 노력이 낸다는데, 내가 노력이 부족한 걸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에 점점 지쳐가기 시작합니다. 반복되는 좌절감에, 처음 경매 책을 잡았을 때의 뜨거웠던 정열은 기억너머로 아스라이 스러져 버린 느낌입니다.
자, 회원님들 중에는 이런 과정들이 낯설지 않은 분이 적어도 한두 분 이상 계실겁니다.
평범한 경매입문자들이라면 어느 시기까지는 늘상 걷게 되는 보편적인 과정이니까요.
이런 과정이 보편적인 패턴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경매입문자들이 처음 책을 접했을 때 현란한 경매서적들의 제목에 현혹되어 자신의 기대치가 스스로도 모르게 높아진 탓이요, 거기에 이끌려 자신의 능력의 범위를 넘어선 목표치를 설정한 탓입니다.
경매서적 저자들이, 실제로 미미한 종자돈으로 누구나 부러워 할 만큼의 큰 수익을 일궈냈는지, 그게 과연 사실인지는 우리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딱히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그 책을 읽으면서,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 양 심장의 고동을 느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책의 값어치는 충분히 한 것이니까요.
또한, 경매서적 저자가 5년안에 10억 벌었으면, 나는 좀 더 열심히 해서 3년안에 20억 벌자, 라고 한층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원대한 목표가 장기간의 수련과 좌절스러운 실전 경험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전진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 줄 것은 분명하니까요.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경매고수들의 가슴벅찬 무용담은 여러분의 잠자고 있던 정열을 일깨워 주는 것으로 그 몫을 다한 것이고, 여러분의 설정한 그 원대한 목표도 여러분이 흔들리지 않고 한 길로 매진할 수 있도록 끌어주는 이정표로서 그 역할을 다한 것이라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실제, 3년안에 20억원을 벌지 못해도 그동안 여러분들은 생생한 재테크의 방법과 원리를 접했고,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부동산 지식을 체득했으며, 비록 목표 달성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의 1년치 연봉을 벌어 들였으니 경매계에 발을 디딘 보람은 충분하다 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직장인의 평균 연봉이 3000만원이라고 하면, 일 년에 한 건, 적어도 두, 세건만 낙찰 받으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게다가 그 기간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양되었고 남들은 모르는 부동산 지식과, 법률지식으로 무장하게 되었으니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이유가 충분한 까닭입니다.
목표가 너무 크면, 좌절이 반복될수록 마음은 조급해지고 좌절의 강도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목표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말이 있으나, 자기의 그릇이 그 큰 목표를 감당할 수 있어야만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역량을 모르고, 자신의 그릇을 모르고 목표를 설정하면 시시각각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유발되는데, 이런 불안한 상태에서 나오는 에너지로는 효율적인 경매공부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매사 불안한 마음으로는 경매를 제대로 즐길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불안한 마음에 자꾸 내몰리다 보면 욕심을 내서라도 일단 낙찰을 받아야 할 것 같고, 그러나 보면 수익은커녕 기타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일반거래로 사는 것보다 훨씬 못한 최악의 결과를 자초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경매인들이 가장 금기시해야 할 것이 조급한 마음이라는 것은 경매서적 저자들이라면 누구나 강조하는 말인데, 이 조급증은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무모한 목표를 설정했을 때 흔히 유발될 수 있는 심리상태입니다.
1년 안에 10억도 좋고 10년 안에 100억도 좋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을 때 충분히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절대 그건 허황된 목표가 아닙니다. 그런 웅대한 목표가 잠자고 있던 여러분의 정열을 일깨우고, 경매고수를 향한 험난한 여정을 의연하게 걸어 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나는 평범하게 살아왔고 평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은, 얼마의 돈으로 얼마를 벌었네, 하는 경매서적에 등장하는 현란한 문구들에 너무 현혹되지 마시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적정한 목표를 설정해서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지금 회사에서 받는 연봉이 3000만원이니, 주말 동안 아내와 손 붙잡고 데이트 하듯 임장 다니면서 일 년에 딱 두건만 낙찰 받아 연봉이상의 과외수입을 올려보자' 라고 느긋한 목표를 세워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아름다운 소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또한 그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다보면, 어느 때 정말 한방에 5억원이든, 10억원이든 벌수 있는 진주 같은 물건을 발견하실 날이 꿈처럼 다가올지도 모를 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비록 깨닫지 못하고 있어도, 하늘이 여러분을 큰 부자로 만들기로 이미 작정하고 있다면 그 시기는 의외로 빨리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나치게 원론적인 이야기인 것 같아 피하고 싶지만,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평범한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재정적 압박없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수 있는 돈, 그게 1억이든 10억이든, 그 돈이 마련되면 미련 없이 손 털고 경매계를 떠나겠다는 생각도 여러분께서 한 번쯤은 꼭 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돈 만을 쫓으며 소중한 인생의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세상에 하고 싶은 일들이, 꼭 해봐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은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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