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2007년을 배웅하며 지난 1년을 복습했던 투자자들도 이제 다가오는 한해를 맞이하며 예습에 나설 시간이다. 2008년 여정에서 주식시장이 만나게 될 8대 이슈를 정리한다.
1.신정부 출범-기업 친화적 정책 기대감 높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신정부 출범이다. 신정부 출범을 대하는 시장의 시선은 두 갈래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친기업 성향을 감안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김성노 한누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참여정부에 비해 기업친화적인 이 당선자의 성향, 경제성장률 제고에 초점을 맞춘 정책,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에 따른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 등을 고려하면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외로 보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정치적 불확실성 및 글로벌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적인 여건이 아직 불안하기 때문이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분배보다는 성장을 강조하는 이 당선자의 성향은 2008년 국내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높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선 이후 정국 불안, 정책 집행까지의 시간 소요, 여전히 불안한 경제 여건 등을 감안하면 낙관적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상저하고(上低下高)-연초 주춤, 2분기부터 상승세로
지난 2007년 주식시장은 연초에 주춤하다 2ㆍ4분기 들어 본격적인 상승세에 시동을 걸었다. 비록 몇 번에 걸쳐 내주기는 했지만 7월에는 2,0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2008년 증시 역시 초반에는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다 후반부 들어 강세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및 중국 경제 거품론 등이 여전히 거세 상반기에는 박스권에서 예열에 나서고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상반기에 다진 토대를 박차고 본격적인 상승 시동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영무 푸르덴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중에는 대내외적인 유동성 위축 및 중국 긴축조치 가능성 등으로 인한 조정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견조한 이익 증가세를 바탕으로 상승 기조로 복귀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대로 증시가 상반기 높은 경제성장률을 반영, ‘상반기 강세, 하반기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는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3ㆍ4분기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는 분기 주당순이익(EPS), 상고하저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내년도 상반기 증시가 하반기보다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3.서브프라임 모기지 불똥-최악 시나리오까진 안갈듯
2007년 황소장세를 이어가던 글로벌 증시는 하반기 들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게 된다. 여전히 글로벌 증시에 안개를 드리우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고금리로 대출을 해준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애당초 부실 위험을 잉태하고 있었다.
모기지 부실에 따른 손실은 최소 1,500억달러에서 최대 4,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주택 압류처분도 크게 늘어 올 들어 10월까지 미국에서 압류처분된 주택은 180만채에 달한다.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걷자 미국 정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서브프라임 부실 확산 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송경근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서브프라임 부실이 미국 증시에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직접적 연동이 있는 금융업종을 제외하면 기업들의 이익전망이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상승 추세의 훼손 및 장기적인 조정 국면 돌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기하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진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의 실적발표와 함께 추가적인 부실상각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서브프라임 불씨가 재점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우려는 현 시점보다는 1월 중순 이후에 정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작년 수준 강세장은 쉽지 않아-‘차이나플레이’ 낙관론
2007년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주역은 뭐니 뭐니 해도 중국이었다. 시장이 2008년 중국 경제 동향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거품 논란으로 주춤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경우 2008년 증시는 다시 한번 호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차이나플레이’ 유효 여부에 대해 시장은 일단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올 8월로 예정된 베이징올림픽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여전히 농후한데다 중국 정부가 체제 안정을 위해서라도 성장둔화를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 경제가 절대적인 면에서는 고성장이 기대되지만 상대적인 측면에서는 2007년에 비해 약한 장세를 연출할 것막?내다보고 있다. 김지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해 에너지와 산업재ㆍ소재 등의 섹터가 중국의 지수 상승을 이끌었는데 이들 섹터는 철저히 이익이 뒷받침되는 종목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다 최근 중국 증시에 대한 버블 우려가 제기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도 완화된 만큼 2008년에도 중국 경제의 성장은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최창하 흥국증권 스트레티지스트도 “1996년 이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는 HSBC 세계 광산지수와 BDI지수가 여전히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어 중국의 장기 성장주기인 슈퍼사이클은 적어도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5.공기업 민영화-KT등 성공적…필요성 높아져
최근 KTㆍKT&Gㆍ국정교과서 등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옷을 바꿔 입은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이어지면서 공기업 민영화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이 당선자의 정책 우선순위가 효율성 제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여정부 아래서 비대해진 공기업의 민영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24개 공기업의 실적을 살펴보면 부채는 74%, 임직원은 64% 증가해 이윤이 줄었음에도 직원과 부채 규모는 동시에 늘어났다.
여기에 작은 정부를 표방한 새 정부가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충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공기업 민영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박종록 한화증권 연구원은 “연 7%대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운 신정부는 성장률 제고를 위해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만큼 정부 재정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재정지출 부담에 비해 세수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공기업 민영화의 추진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현재 민영화 필요성이 대두된 공기업 목록에는 한국가스공사ㆍ한국전력공사ㆍ산업은행ㆍ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등재된 상태다. 특히 이들 공기업은 시장에 인수합병(M&A) 대상매물로 나와 있는 여러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M&A시장 동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6.M&A 바람-대한통운·쌍용건설등 줄줄이
2008년에는 M&A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성 있는 M&A 매물이 시장에 많이 나와 있는 상황인데다 상당수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M&A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차기 정부가 출자총액제한 규제 등 계열사를 동원한 몸집 키우기에 관대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M&A시장에는 긍정적이다.
기업별로는 대한통운ㆍ쌍용건설ㆍ대우조선해양ㆍ현대종합상사ㆍ현대건설ㆍ하이닉스ㆍ대우증권ㆍ우리금융지주 등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의 경우 공기업인 산업은행과 캠코 등의 움직임과 맞물려 있는 점이 특징이다. 두 공기업은 이들 기업 지분을 많게는 70% 이상까지 확보하고 있다.
2008년 첫 M&A 거래로는 캠코가 38.75% 지분을 보유한 쌍용건설이 손에 꼽힌다. 이밖에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ㆍ현대중공업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고 현대중공업ㆍ한진중공업ㆍSTX조선ㆍ포스코ㆍGS그룹 등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기업들이 제각각 활로 모색에 나설 것이라는 점도 M&A 활성화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에는 한누리투자증권과 KGI증권이 각각 국민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으로 편입됐다. 이종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증시의 주된 화두 가운데 하나는 M&A”라며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 간 이합집산이 가시화되면서 M&A 이슈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7.자통법…시장 지각변동-대형투자은행 출현등 변혁 예고
2009년 2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은 은행업과 보험업을 제외한 자본시장을 규율하는 법률 중 6개를 통합해 자본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 이전까지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개별 시장들이 하나로 통합돼 같은 운동장에서 경쟁하게 된다. 금융시장 전반에 일대 변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줄기는 대형 투자은행의 출현이다. 발을 담글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해진 만큼 전영역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몸집 키우기’는 필수적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이를 위해 이미 유상증자, 예탁증서(DR),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3,375억원), 동부증권(1,973억원), 현대증권(5,356억원) 등이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대신증권은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DR의 일종인 GDS(Global Depositary Shares)를 발행해 4,500억원을 조달했다.
M&A도 빼놓을 수 없는 ‘몸집 키우기’ 수단이다. 현재 우리투자증권ㆍ서울증권ㆍ삼성증권 등이 자통법 대비전략으로 M&A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성병수 푸르덴셜증권 연구원은 “자통법 시행으로 규제 완화와 업무 영역의 확대가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자본력을 갖춘 대형 금융투자회사의 출현이 예상되고 또 한정된 업무 영역에 집중하는 특화 증권사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8.펀드 시장 팽창-‘2007년 성장세’ 지속 가능성
2007년 펀드시장은 ‘르네상스’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시장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수탁액이 200조원에서 300조원으로 불어난 가운데 강세장에 힘입어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지난해 말 46조원에서 114조원대로 급증했다. 특히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조치가 시행되면서 해외펀드, 특히 중국펀드는 2007년이 낳은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새해 펀드시장은 2007년의 성장세를 고스란히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대수익률은 2007년에 비해 다소 느슨하게 잡아줄 것을 권유했다. 진미경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 센터장은 “서브프라임 사태 정리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 1ㆍ4분기에는 조정 국면, 그 이후에는 성장세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2007년 강세흐름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래에셋 역시 2007년의 성장세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이다. 진 센터장은 “미래에셋의 경우 2007년에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성장형 펀드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2007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가 예상되는 2008년 장에서 미래에셋의 뛰어난 성과가 이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