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습관성도박 연구기관 유캔센터가 2010년 하반기에 밝힌 데 따르면, 2010년 습관성 도박으로 상담치료를 받은 사람(2009년 53건) 중 주식 중독으로 상담한 사람은 전체의 16%를 차지했다. 화투나 포커(27%)의 뒤를 이어 온라인 게임(16%)과 함께 공동 2위에 다다르는 수치다. 최근 들어서는 화투나 포커에 빠진 사람보다 주식이나 로또에 중독돼 치료를 받는 건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주식 중독에 빠진 사람은 일상 생활이나 본업에 지장을 겪을 정도로 정신이 모조리 주식에 쏠린다. 그러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주식에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투자실력은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망상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불리하고 비합리적인 투자를 거듭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애초에 잘못된 방식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주식 중독에 빠진다고도 할 수 있다.
중독이란 ‘사용(use) → 남용(abuse) → 의존(dependence) = 중독’의 연속적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하듯 변화를 거치며 일어난다.
술이나 담배를 예로 들면, 일단 의존단계로 접어들면 몸과 마음에 변화가 일어난다. 쉽게 말해 컴퓨터의 운영체제가 바뀌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의존단계에서는 뇌의 작동기제가 술의 성분인 알코올이나 담배의 니코틴을 주원료로 움직이는 상태가 된다. 알코올 중심 운영체제, 니코틴 중심 운영체제로 뇌가 생리적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알코올과 니코틴이 공급되어야만 활성화되는 것이다.
초보 투자자의 경우 아직은 주식시장의 변화 요인을 많이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감성의 뇌가 덜 시달렸을 수 있다. 오로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뇌를 사용(use)할 뿐이다. 그러나 투자규모가 커지고 손실 경험이 많아지고, 위험이 과도하게 큰 상품에 자주 노출될수록 감성의 뇌는 점점 남용(Abuse)단계로 이동한다. 이 상태에서 자기합리화나 망상 등 바보의 벽을 쌓는다.
공통적인 것은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의존성이 커지고 막연한 기대감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임매매(계좌를 통째로 남에게 맡기는 투자형태), 차트, 비법, 전문가 의존 등 부화뇌동하는 길로 점점 깊숙이 빠져들게 되며, 여기서 더 심해지면 현재의 상태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지부조화의 고질병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용과 남용 단계에서 의존단계로 가지 않도록 각별한 예방이 필요하다. 카운슬러의 집중적인 상담이 필요한 단계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 그 의미를 정확히 짚어야 할 사항이 있다. 보통 카운슬러라고 하면 종목을 추천하는 전문가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카운슬러는 사고파는 신호를 내보내는 사람이 아니다. 카운슬러의 역할은 인지부조화에 빠진 투자자를 수렁에서 건져내고, 주식시장 전반에 관한 가드라인을 제시하며, 수많은 정보 중에 활용가치가 높고 투자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취합해 정돈함으로써 투자자 스스로 올바른 투자를 하도록 돕는데 있다. 종목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이라면 카운슬러가 아니라 주식판에서 다른 투자자의 환상을 이용해 돈을 버는 장사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휴대폰으로 종목을 추천받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주식 컨설팅방에 들어와서 다짜고짜 종목을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회원으로 들어와 종목을 바라다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금세 다른 전문가를 찾아 떠나버린다. 그렇게 종목추천에 길들여진 투자자가 참으로 많다. 휴대폰으로 주식매매를 하는 사람은 휴대폰에 종목이 찍히지 않으면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한다. 투자가 올스톱 상태가 되어버린다. 완전한 의존형 투자자다.
종목발굴에는 뇌를 전혀 사용하지 않던 그들이 종목을 편입한 후에는 이것도 따져보고 저것도 따져보며 뇌를 남용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기합리화와 망상에 사로잡혀 허둥대다가 결국 주식중독증에 이르게 된다. 그들의 끝이 무엇인지 아는가? 모든 것을 다 해보다가 어떤 것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계좌를 통째로 맡기는 일임매매의 길로 들어선다.
노력하기는 싫고 투자에 자신은 없고 돈은 벌고 싶다는 얄팍한 의도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울 뿐더러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투자자로서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투자자로서 발전하지 못하면서 계속 주식판에 얼쩡거리는 사람은 결국 도박꾼이 되어 중독자의 수순을 밟게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없다면 투자를 하지 말든지, 자신 있는 투자자로 거듭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남은 주말 션하게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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