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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느 사형수의 1년

Time(천둥새) 2006. 12. 15. 08:42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어느 날 잘못을 저지른 신하가 왕 앞에 끌러나갔다.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 무엇이냐는 왕의 물음에 신하는 왕이 타는 말이 말을 하도록 만들 것이니 죽음을 1년만 미루어 달라고 했다.

왕의 허락을 받고 궁중을 나오는 신하에게 말지기가 다가와 왜 그런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한다고 했느냐고 물었다. 이 말에 신하는 1년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1년 안에 왕이 죽을 수도 있고, 신하가 죽을 수도 있고, 말이 죽을 수도 있다. 어쩌면 정말 말이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어쨌던 목숨을 1년은 더 연장했으니 손해 볼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 누구는 10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를 한다고 하는데 사실 1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연말이 되니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에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고 있다. 나는 내가 이런 슬픈 운명을 지닌 예측을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입장에 있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런 예측들 중에서 정말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1년 뒤의 한국 종합주가지수가 1620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십자리 숫자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자료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정말 묻고 싶다. 1630이나 1610은 안 되는가? 나는 이런 예측 결과를 내놓는 자료는 절대로 읽어보지 않는다. 아무리 그 예측이 정확하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 까닭은 그런 자료를 만드는 사람은 아직 투자의 세계에 입문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포함한 모든 자산의 가치는 앞으로 그 자산이 만들어 낼 수익의 크기와 안정성에 달려있다. 따라서 어떤 자산의 적정한 가치를 짐작하려면 어쩔 수 없이 그 자산에서 나올 수익에 영향을 줄 미래의 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경기는 어떻게 되고,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이며, 유가는, 금리는……등등을 예측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기업의 미래 수익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많은 것을 모두 예측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것은 일반투자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비록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남도다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비록 남보다 더 잘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맞출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이처럼 주식을 포함한 투자의 세계는 불확실한 것으로 가득 차있다. 사형수 신하에게 일어날 1년보다 더 풍성한 불확실이다. 투자 세계의 불확실함은 한편으로는 우연히 돈을 벌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큰 손실을 낳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주 우연이 주는 행운을 자신의 미래 예측 능력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이길 확률이 겨우 절반밖에 되지 않는 미래에 평생을 모은 돈을 집어넣고 있다. 그렇게 하고도 밤에 잠을 잘 수가 있겠는가? 그러면 이런 투자세계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은 없는가?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안은 가능한 미래를 기준으로 회사의 미래 수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 또는 가능하다면 현재를 기준으로 회사의 미래 수익을 보는 것이다. 말이 좀 꼬이기는 했지만 요점은 미래에 지금까지 없던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나서 회사의 수익이 엄청나게 늘어날 회사를 찾지 말고, 과거의 회사 실적으로 보아서 미래 수익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회사를 찾는 것이다.

투자에서 수익을 내려면 이런 회사를 찾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이런 회사를 싸게 사야 한다. 싸게 사야 혹시 잘못되어 손해를 보더라도 손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안정된 수익을 내면서도 값이 싼 회사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런 회사를 찾았다면 여기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위험을 줄인다고 자신의 투자전략에 맞지 않는 회사로까지 투자범위를 확대하는 분산투자는 위험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을 늘린다. 그리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런 회사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간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우리는 그 동안 “1년의 불확실성이 주는 가능성”에 자산의 소중한 저축을 맡겨온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볼 때이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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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주 칼럼리스트 (sazuha@empal.com)


출처 : 워렌버펫,벤저민그레이엄 연구모임
글쓴이 : 타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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