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괴인이 서 있었습니다.
나는 그와 싸워 이겨야만 했지만
오히려 패배하고 나는 바닥에 드러누웠습니다.
단기매매, 소위 단타는 그 심리적 근저에 불신과 공포에 대한 회피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나는 철저한 단타꾼이었다.
하루에 수십차례의 단타는 보통이었다.
나는 단타를 위해 모니터를 두 개 설치했고
HTS에는 호가창과 관심종목창, 복수호가창,
일간차트, 60분차트, 5분차트 등 수없이 많은 화면과
심지어는 선물옵션 매매호가움직임과 주체별 투자자들의 움직임,
일본증시와 미국 나스닥선물 움직임까지 체크해댔다.
금감원에서 운영하는 전자공시화면, 뉴스검색포털은 기본이고
팍스넷, 싱크풀 등 주식관련 포털들 등
순간순간 내가 정리해야 하는 정보량은 엄청났고,
내 머리는 그 많은 정보를 정리하느라 혹사당했다.
매매가 끝난 후에도 나는 장마감 후 나오는 정보들을 정리해야 했고
나의 주식투자업무는 새벽에서부터 밤늦게까지 쉴 틈이 없었다.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은 화장실을 가는 시간이었는데
그때 거울 앞에 서면 거기에는 기괴한 모습의 한 인간이 서 있곤 했다.
머리는 빗지 않아 엉클어졌고, 눈은 토끼눈처럼 빨간 이상한 얼굴의 인간이었다.
욕심에 사로잡히고,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는 볼품없고, 괴상한 인간이었다.
밤이면 밤마다 잠을 깊이 이루지 못해 새벽에 눈을 뜨고 있으면
갑자기 어디선가 이런 음성이 들리곤 했다.
“위험하다, 위험해!”
그때마다 나는 무엇에 놀라기라도 한 것처럼 벌떡 일어나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창밖을 쳐다보면
어둠 속에 세상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위험하다. 아주 위험해.”
이 음성은 내 내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생명의 언어였다.
이대로 살면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에게 신경질을 내는 횟수가 잦아졌고,
아내는 점차 가정생활에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화장실로 간 아내가
“제기랄!”
하고 신경질적으로 고함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화장실로 달려가 보니 목욕물을 받기 위해 수돗물을 틀었는데
샤워기가 켜져 있어 물에 옷이 젖었던 것이다.
아내는 참으로 마음이 넉넉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런 사소한 일로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아내가 점점 견디기 힘들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샤워기 물 정도에 험한 소리를 하는 아내를 보고
그만 마음 한켠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인생이란 깨지기 쉬운 포도주 유리잔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 내 가정생활이 그와 비슷한 아주 위태위태한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쇠사슬을 끊어버릴 때였다...
이런 와중에도 나는 드라마를 써야 했다.
글을 쓰지 않으면 내가 누구인지 더욱 알 수 없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사람들과의 관계도 글을 써야 유지된다고 생각했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샤이닝’을 보면 잭니콜슨이 작가로 분, 주연으로 나온다.
그는 글을 쓰기 위해 성과 같은 저택으로 집필 장소를 옮기게 되는데
아내와 딸을 데리고 함께 간다.
그곳은 도심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있어 고립된 곳이었다.
그 호텔은 겨울에 눈이 오면 고립되기 때문에 호텔관리인이 필요했고
잭 니콜슨에게는 글을 쓰기 위한 최상의 장소였다.
그러나 잭 니콜슨은 글에 집중하려다 보니 점점 미쳐간다.
물론 그 호텔에는 이전에 살인사건으로 죽은 아이들의 귀신이 살고 있었지만
사실은 작가의 글쓰기의 어려움을 다룬 영화이다.
가족은 글쓰는 데 방해꾼으로 니콜슨에게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결국 잭 니콜슨은 도끼를 들고 자신의 자식과 아내를 살해하려 쫓아다니게 된다.
도끼를 들고 어슬렁거리며 가족을 죽이기 위해 쫓아다니는 잭니콜슨을 상상해보시라.
나는 이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점차 강하게 느꼈다.
나는 아이들이 시끄럽게 구는 것을 참을 수 없게 되었고,
그때마다 책상을 마구 두드려가며 소리쳐댔다.
“좀 조용히 못해!”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아이들과 아내를 볼 때면
다만 그 애들과 아내는 잠을 자고 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이 무언가를 내게 요구하고 있고
나는 들어줄 수 없다는 중압감을 느꼈다.
그러한 중압감은 나를 점차 왜소하게 만들었고 나는 저항하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점점 더 아이들과 아내에게 신경질을 냈다.
어쩌면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적으로 인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샤이닝의 잭 니콜슨과 내 심리상태가 다른 것이 무엇인가?
이것이 단기투자자의 종말로 가는 모습입니다.
이런 나를 구원한 것은 1평 반짜리 텃밭이었습니다.
마흔이 다 되어서 결혼한 내게 하늘이 준 선물,
딸이 유치원에 다니게 되어 유치원에서 분양한 손바닥만한 텃밭.
나는 여기서 바뀌었고, 제 책 <거래의 신, 혼마>에 나오는
캔들차트의 창시자, 혼마 무네히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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