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득씨(49)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부산의 400평형대 횟집 사장이었다.
15세 때 횟집 주방 보조원부터 출발, 25세 때 독립했고 24년간 횟집 ‘대어’를 경영한 자영업자 출신.
그가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 4월 상장업체 현대약품 최대주주에 오르면서부터다. 당시 그가 보유했다고 신고한 지분은 현대약품 16.07%. 그는 7월4일 금감원 공시를 통해 “6월에도 4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 지분율을 16.89%까지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약품 CEO인 이한구 대표의 12.70%보다 4.19% 포인트 앞서 있는 지분율. 박성득씨는 “내 투자 노하우를 공개해 서민들과 공유하고 싶어 인터뷰에 응했다”면서 “지분 좀 높다고 작전세력으로 보진 말아 달라”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외국인이 사면 기업들도 ‘좋아라’ 하면서 왜 개인이 사면 백안시하느냐”고 꼬집었다.
“올해 초 주총장을 쭉 돌아봤더니, 참 가관입디다. 명색이 최대주주인데 회사 경영 상황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더군요. 그래서 한마디 했지요. 개인 투자자들 무시하지 말라고요.” 현대약품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밝힌 박씨는 그러나 “M&A에는 뜻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감시자로서 현 경영진에 ‘더 잘하라’는 채찍의 의미이지 지분 압박으로 오너를 괴롭힐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그는 “경영실적이 형편없이 떨어지거나 분식회계등 현 경영진이 ‘부정행위’를 했을 땐 지분을 추가 매집하겠다”고 말해 M&A 시도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개장 시간 내 모니터 안 봐”
박씨가 보유한 종목은 현대약품 외 대략 열 가지 종목. 대우증권, 광진실업, 동부한농, LG텔레콤 등이다. 하나 같이 ‘내수주’란 특성이 있다. 그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현대약품만 100억원에 이른다. 주당 2만1450원(7월19일 종가)하는 현대약품 주식이 47만2980주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광진실업도 지분율 9.08%(54만여 주)로 2대 주주에 올라있다. 그의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부산 사투리를 쓰는 박씨는 자신을 “홀딱 벗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한번 투자하면 끝장을 보는 성미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중외제약 투자 사례를 들려준다. “3~4년 전 이 주식 값이 주당 5770원 했습니다. 그런데 청산가치는 주당 3만~4만원 수준이었죠. 그때 배당만 현금 12%, 주식 3%를 줘서 평균 배당 수익률로만 약 17%를 올렸죠. 당시 금리가 5%대였는데 말입니다.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10만 주를 샀고 증권금융 자금을 활용해 30만 주를 취득했습니다(7월19일 종가기준 중외제약은 현재 주당 3만8400원이다).
남들이 아파트 사고 자가용 살 때 저는 주식을 산 겁니다.”
구체적으로 수익률을 묻자 그는 “대우증권은 아마 1400%에 달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방식은 빚까지 내는 공격적 스타일은 똑같았다. “2004년 11월 대우증권 주가는 3500원 정도 했습니다. 10만 주를 살 돈이 현금으로 있었고 증권금융 자금을 포함, 30만 주 그러니까 10억5000만원을 쏟아 부었죠. 그리고 13개월 만에 주당 1만8600원에 팔았습니다. 55억8000만원이 남더군요. 빚 7억원을 빼면 48억8000만원을 번 셈이죠.” 그는 까먹은 종목은 없었냐는 질문에 “왜 없겠냐. 그런데 나는 실패한 것은 금방 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철저하게 저평가주만 골라 투자한다고 들려줬다. 광진실업을 단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자본금은 30억원인데, 통장에 있는 잉여금만 120억원에 달한다”면서 “현재 주가 1800원은 너무 싸다. 최소한 주당 3000원까지는 갈 것”이라고 투자 근거를 설명했다.
자영업자 출신답게 그는 주식 투자를 장사에 빗댄다. “SK텔레콤은 자본금 446억원에 불과한데, 지난해 순익은 1조8000억원입니다. 이는 자본금 446만원짜리 통닭집이 연간 1억8000만원을 버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제가 투자한 LG텔레콤 주가가 SK텔레콤의 10%는 갈 것이라고 보고 투자했습니다.” 18평 월세 살며 주식에‘올인’ 현재 SK텔레콤 주가는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 시 200만원에 달한다. LG텔레콤 주가 9360원. 말하자면 그는 LG텔레콤 주가를 향후 2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셈이다. 그는 “장중엔 모니터를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장기투자라 그날그날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현대약품 보유 계획에 대해 “매년 물가 대비 10% 이상만 올라주면 평생 들고 가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현대약품은 현금 보유량만 500억원대에 이르는 등 저평가된 종목”이라며 “자산가치를 감안하면 현 주가보다 2배이상 오른 5만원대가 적정주가라고 강조한다. 100억원대 주식 평가액을 보유한 그는 “부동산 투자는 전혀 안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18평짜리 월세에 산다고 했다. 부동산에 투자할 돈 있으면 주식에 쏟아 붇겠다는 ‘주식 예찬론자’다. “부자와 서민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서민은 수중에 현금이 있으면 좋아하고 현금이 없으면 불안해합니다. 그런데 부자들은 수중에 현금이 많으면 불안해한다는 점이죠.” 투자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얘기고 ‘주식’에 올인한다는 게 박성득식 투자법인 셈이다. 박씨는 인터뷰 말미에 “주식 투자자들이 진짜 애국자”라는 논리를 폈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 평가총액인 700조원 가운데 46%가 외국인 수중에 놓여있습니다. 금액으로 약 3000억달러에 달합니다. 수출대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연간 벌어들이는 무역흑자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잘해야 150억에서 200억달러입니다. 대략 20년은 꼬박 모아야 3000억달러가 된다 말입니다. 우리 시장을 지키는 파수꾼한테 ‘세력’ 운운은 말도 안 되는 얘기죠.”
향후 한국 최고의 씨푸드 마켓을 하는 게 꿈이라는 박성득씨는 “현재 개인 투자자들은 경영진보다 마인드면에서나 투자 철학면에서나 훨씬 앞서있다”면서 “여전히 과거처럼 군림하려 드는 오너들은 반성해야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삶과 투자 철학을 담은 ‘15세 횟집 소년 100억대 슈퍼개미 되다’(가칭)란 2권짜리 책을 집필 중이다.
박성득씨는 전직 횟집 사장
현직 전업 투자자
대표 종목 현대약품 지분율 16.89%(최대주주) 투자 목적 경영 참여
기타 종목 대우증권, 광진실업, 동부한농, LG텔레콤 등 전략 저평가 가치주, PBR 낮은 주 보유 평가액 현대약품만 100억원대